최고 연봉 70만 달러? … 'A급 외인 부르는게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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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는 돈 없어서 그렇게 좋은 선수 못 데려와요." 흔히 들을 수 있는 프로농구 감독들의 푸념이다. 그러나 이는 '(계약서를 갖고 오면) 프로농구연맹(KBL)이 외국인선수 연봉(2명 합계 28만 달러)을 부담한다'는 KBL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돈이 없어 못 데려온다'는 말은 '계약서와 상관없이 웃돈을 주고 선수를 데리고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농구 출범부터 시행해온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2004~2005시즌부터 자유계약제로 바뀌면서 몸값이 끝없이 올랐다. 연봉 상한선은 사문화됐다. "외국인 선수의 실력이 팀 성적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상한선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 구단들의 설명이다.

KBL 규정상 외국인 선수 한 명의 연봉은 20만 달러(약 1억8600만원)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프로농구(NBA) 다음 가는 수준이라는 스페인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몸값은 50만~70만 달러다. 그 이상 줘야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는 시즌이 끝난 뒤 몸값이 껑충껑충 뛴다고 한다. A구단 외국인 선수의 경우 "처음 이적이 거론될 때는 40만 달러 선이었으나 원하는 팀이 많아지면서 60만~70만 달러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시즌 중 선수 교체를 위해 유럽을 다녀왔다는 한 코치는 "외국인 선수에게 한국은 '봉'이다. 월 2만 달러도 받기 힘든 선수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더니 월 5만 달러를 요구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고 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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