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역습의 단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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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4강전 2국 하이라이트>
○ . 백홍석 5단 ● .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은 "백홍석 5단과 대국해 보니 어떠냐"고 묻자 "뭔가 통통 튀는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2006년에 불쑥 떠오른 신예강자에 대해 의례적인 칭찬을 생략하고 실전에서 느낀 감상을 그대로 전한 것인데 이 '통통 튀는 느낌'은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수(手)나 감각이 튄다는 것은 번득이는 것과 다르고 그윽한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나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장면도(21~31)=1국에서 진 백홍석 5단은 점점 더 투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고즈넉한 연수원 뜰을 거닐며 그는 "싸워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뇌었다. 1국에서 비록 전면전을 벌이다 패배했지만 그래도 전투 노선을 견지해야만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출발은 완만했다. 그리고 21부터 바둑은 두 사람의 개성을 듬뿍 담아낸 채 느릿하지만 확고하게 '전투'를 향해 다가갔다.

21과 22는 대세의 요충이다. 23은 이창호다운 두터운 수. 빠르게 둔다면 하변이겠지만 이 9단은 엷음 자체에 생래적인 거부반응이 있다. 백홍석은 즉각 24의 큰 곳을 차지했고 이 9단은 25를 외면하고 다시 26으로 굳혔다. 흑이 두터움을 쌓는 동안 빠르게 큰 곳을 연타하며 실리를 챙긴 것인데 이런 선택에서 백홍석의 날카로운 실리 취향을 감지할 수 있다.

힘을 비축한 흑이 27로 습격할 때 30으로 낮게 도망친 것은 어쩔 수 없는 대가다. 그런데 이 9단이 31로 끊어오자 백홍석의 눈이 갑자기 표범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뭔가 역습의 단서를 발견한 것이다. 흑의 군사가 우르르 달려드는 상황에서 어떤 반격이 가능할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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