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반격, 고개숙인 소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소니의 승리가 예상됐던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출시 초기 고객들의 줄서기 경쟁까지 빚어질 정도로 인기였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인기가 주춤해진 반면, 닌텐도의 위(Wii)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일본 비디오 게임잡지 엔터브레인(Enterbrain)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소니 PS3의 판매량은 지난해 11월 11일 출시 이후 이달 7일까지 53만4336대에 그쳤다. 이는 당초 목표대수(100만대)의 절반을 약간 넘는 정도다.

반면 위(Wii)의 판매량은 114만대에 달했다. 위의 출시가 PS3에 비해 3주나 늦었지만 판매량은 두 배를 넘은 것이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오는 3월로 마감하는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를 20% 상향조정했다.

또 다른 경쟁 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360는 2005년 12월 일찌감치 선보였음에도 일본에서 출시 후 지금까지 고작 31만대만 팔릴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PS3의 부진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당초 PS3의 공급물량이 부족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PS3의 판매 부진으로 올해 전세계에 600만대의 PS3를 공급하겠다는 소니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소니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스트링거는 그동안 "회사의 운명은 '대박 상품'(Champion product)을 만들어내는 데 달려 있다"고 계속 강조해왔고, 애널리스트들은 그 유일한 후보를 PS3라고 지적했다. IHT는 PS3 출시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소니의 희망이 흔들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현재 PS3가 외면당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가격. PS3의 일본 판매가격(저가형 4만9980엔)은 위(2만5000엔)에 비해 두 배나 된다.

여기다 게임기 시장 추세가 '쉽고 편한 것'으로 흐르면서 소니가 추구하는 '초고화질, 다기능'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

반면 위는 최고 성능 대신 저렴한 가격에 일기예보, 뉴스 검색, 게시판 기능 등보다 말랑말랑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에 섬세한 손 움직임을 감지하는 컨트롤러인 '위 리모트' 기능이 큰 인기다.

하지만 소니의 패배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일본보다 큰 TV를 보유한 미국인들이 그래픽이 화려한 PS3를 선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마루와 증권 비디오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인 오타니 마사유키는 "향후 소니의 게임과 소프트웨어가 쏟아져나올 경우 2~3년후에는 역전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