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도 핵보유 인정 … 원전 건설 실익 챙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인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 경제적 실익을 얻을 수 있음을 고려해 인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 정부는 그동안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NPT체제는 핵 보유국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의 5개국으로 한정한다. 기타 국가의 경우 핵무기 보유를 금지함은 물론 민수용 원자력의 이용도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 정부는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하자 신규 엔 차관을 정지하는 등 엄격한 제재를 가해 왔다.

일본이 이 같은 입장에서 180도 전환하게 된 것은 미국이 지난달 '미.인 원자력 협력협정'에 서명하면서 인도의 민수용 핵 이용과 핵 보유를 용인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와 중국도 인도와의 원자력 협력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처럼 인도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변화하자 일 정부도 기존 입장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요미우리는 "일 정부는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치체제가 안정돼 있고 ▶핵확산의 우려가 없고 ▶IAEA의 사찰을 수용할 뜻을 밝히고 있고 ▶인도가 경제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를 원자력 발전으로 전환함으로써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표면적 이유와는 별개로 일본 기업들의 실익이 우선됐다는 분석이다. 경제가 급속히 성장 중인 인도에서 일 기업이 보다 많이 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 보유 용인' 카드가 사용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인 원자력 협력협정'이 발효되기 위해선 일본과 프랑스 등 원자력공급그룹(NSG)에 속한 국가들의 '규칙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지난달 일본을 방문, 협정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면서 원전 관련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 경제계에서도 "(인도에서의 원전 건설)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며 정치권에 '미.인 원자력 협력협정'을 지지할 것을 강하게 건의해 왔다. 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해 안에 인도를 방문, 양국 정상회담 자리에서 지지 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인도의 핵 보유를 인정하게 되면 북한의 핵 개발을 강도 높게 비난해온 입장과 달리 '이중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도시바(東芝)의 웨스팅하우스(WH)사 인수, 히타치(日立)의 제너럴 일렉트릭(GE)과의 사업통합 등 일 업체들은 원전 사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는 최근 30년간 원전을 짓지 않은 미국이 기존 방침을 바꿔 30기의 원전 신규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