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변화 서서히 진행"|김일성2남 김평일 외지와 이례적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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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주석 김일성의 차남이자 김정일 비서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 불가리아 북한대사(38)가 최근 불가리아 일간지 트루드와 인터뷰를 갖고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한 기대, 북·일 수교전망, 북한의 경제현실과 대외개방정책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북한지도부의 권력 투쟁설이 나돌 때마다 형의 경쟁자로 거론됐던 김평일이 처음으로 외국신문과 일문일답 식으로 인터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제외하고 공식성을 띠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은 엄격히 금지돼있기 때문. 제2인자로 자리를 굳힌 김정일 비서도 처음으로 지난해11월 쿠바의 일간지 그란마와 서면인터뷰 했을 뿐이다. 김평일의 트루드지(중도좌파성향·28만부 발행)와의 회견 내용과 프로필을 소개한다. <김국후 기자>
-남북한협상은 가까운 장래에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가.
▲작년부터 시작된 최초의 남북총리회담의 주요 이슈는 양측의 군사적·정치적 적대감을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입장 또한 대결의 위험 제거만이 통일을 향한 조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생생하게 말하면 우리의 등뒤에 감춰온 칼을 땅에 묻어 남쪽 또는 북쪽으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모든 사회주의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원유를 도입하려면 국제시장가격에 맞춰 경화로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데 소련으로부터의 원유수입에 어려움은 없는가.
▲이 문제는 우리에게 다른 경제전략(원유 수입선을 다양화하고 석유의존구조에서 석탄·원자력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문제)을 모색토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원유가 북한경제에 심각한 위협은 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수자원을 비롯한 여타자원(석탄·석회석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합영법 채택은 북한경제가 대외 개방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방식대로 경제정책(84년부터 대외적으로 합영법채택·자본주의국가와의 경제교류·기업소의 독립채산제 강화·인민소비품증산운동·전자·생물·에너지연구 등 과학기술발전 강조 등) 을 변경시키기 시작했으며 급속한 개혁은 계획하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현실을 감안하여 점차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일본·북한의 수교교섭 전망은.
▲일본이 자민당·사회당 대표들을 북한에 보내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했다.
앞으로 회담이 잘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와 일본의 수교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결속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
-걸프전에 대한 의견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략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다국적군이 무력으로 맞 대응한 것도 온당치 못하다. 왜냐하면 아랍 내부문제는 외세의 개입 없이 아랍국가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자주적인 민족경제를 건설하는데 목표를 두고있다.
우리자신의 기술·자원·원료 및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은 기술자·전문가들에게 건설의 기초를 두고있다.
이밖에 김평일 은 한반도 통일문제에 언급, 평화적 통일방안으로 1국가 2체제의 고려민주연방제가 최선임을 강조했다.
※괄호 안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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