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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쏙!] 아이들 진로 계획 세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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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김병숙 잡클리닉 1기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도교사가 분석해 들려주는 자신과 친구들의 흥미 유형 결과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들은 신기하게도 불과 몇 시간의 상호작용만으로, 어떤 유형이 어떤 친구의 성격인지를 금세 알아맞혔다. [사진=변선구 기자]

4일 서울 서초동의 김병숙 잡클리닉. '흥미자석'을 갖고 떼었다 붙였다를 하는 아이들 10여 명으로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진형우(서원중 1).형준(서이초 6) 형제도 직업 흥미검사를 위해 교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형우는 멋쟁이(A)형, 형준이는 친절이(S)형으로 밝혀졌다. 실제 꿈도 형은 국회의원.건축가, 동생은 경찰관이다. 형준이는 "평소 형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왔는데 진짜 맞다"며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니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파슨스 이론에 근거한 이 흥미자석은 흥미 검사의 첫째 단계에 불과하다. 종이찢기, 홀랜드 흥미검사 등 한 번 수업에 활동지 8개씩을 실험한다. 교사는 여덟 번 수업 동안 아이를 관찰하며 마지막 날 아이별로 '꿈의 궁전' 책을 만들어 부모와 상담한다. 흥미검사 이외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하는 GATB 적성검사, 그리고 직업카드 50개로 판단하는 가치관 유형 검사 세 가지를 거친다. 이 자료는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 진로 결정까지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김수정 상담사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유연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부모와의 상담은 특히 절대적이다. 아이에게 부모가 진로를 강요하는 경우 때문.

"21세기엔 7~8개 직업 왔다갔다 할 것"=이 클리닉을 연 경기대 직업학과 김병숙(59) 교수는 본인 스스로가 '노동부 직업상담 8년, 여성부 여성정책포럼 대표, 화가, 무용수, 직물 디자이너 등 여러 개의 직업을 다양하게 누려 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 3, 고 3, 대학교 4학년, 27세(첫 직업 갖고 3년 후), 40세(첫 직업 갖고 15년 후)에 다시 '직업 고민'에 빠진다. 경력을 무시하고 완전히 새 인생을 고민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진로를 진학 수단으로만 여겨 성격 검사 등 약식 검사 하나로 문.이과를 선택하고 평생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결과다. 그러나 요즘은 triple 30 등(30년 배우고, 30년 일하고, 30년 즐기자) 등의 모토가 유행이다. 진로가 평생 개념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21세기에는 누구라도 100세까지는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기껏해야 2개의 복수전공을 하지만 7~8개 군의 직업을 넘나드는 융통성 없이는 실업자가 되기 쉬워요. 20세기를 살던 부모 역할도 이제 21세기 자녀의 다재다능한 소양을 키우는 쪽으로 변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진로교육을 도입했다. 초등학생은 본격적 직업 탐색 시기 전에 직업과 관련,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는 별로다. 서일초 등 25.3%의 학교만이 진로상담실을 별도로 설치하고 있을 뿐.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사비를 털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클리닉을 열었다. 특히 부모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재다능형 아이는 다 잘하기 때문에 우유부단하고 결정력이 약합니다. 다양한 자극이 많은 시대에는 이런 아이들이 점점 많아져요. 그런데 부모가 이런 아이에게 하나만을 강요하며 윽박질러요. 그 낭비와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됩니다."

김병숙 잡클리닉(www.jobclinic.net)=(사)한국직업상담협회, 직업상담아카데미 등과 합작 형태로 세워진 진로 및 직업컨설팅 기관이다. 초등직업 영재프로그램은 1회에 50분씩 8회를 운영한다. 비용은 20만원.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두 반으로 나눠서 진행한다. 2월부터 초등생뿐 아니라 중학생과 고등학생, 대학생 심지어 성인,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글=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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