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회복없어 “가슴앓이”/출범 1년맞은 「증안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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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은 1조원… 소극적 매입전략 바꿔야
출범 1년을 맞은 증시안정기금이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다.
증안기금은 작년 5월8일 1백11억원어치의 주식을 처음 매입한후 작년말까지 2억주 3조1천2백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한주의 주식도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자금이 달리기 때문이다.
증안기금은 그동안 모두 4조6백96억원의 거금을 모았다. 증권사가 2조원,은행과 보험이 각각 5천억원,나머지는 5백85개 상장사가 십시일반했다.
현재 남아 있는 돈은 (주)증권금융 예치에 따른 이자와 주주로서 받은 배당금까지 합쳐 1조3백40억원이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 청약에 대비해 남겨놓아야 할 2천5백억원을 빼면 실제 여력은 8천억원에 채 못미친다. 지난해 월평균 매입규모로 보면 두달내 바닥날 돈이다.
그나마 이 자금도 대부분 자금사정이 어려운 증권사에 대출돼 있어 시장개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증안기금은 지난 1년간 증시파국을 막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소극적인 매입전략으로 주가하락속도를 조금 더디게 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기금출범당시 7백90수준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지금 20%나 떨어진 6백30선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실물경제의 회복없이 「대책」에 의한 장세회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남은 1조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는게 관건이다. 기금측은 주가와의 「싸움」이 그리 쉽게 끝나지 않을 상황에서 「총알」을 최대한 아낀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가가 다시 6백선을 위협한다면 시장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증안기금 최창환 사무국장은 『주식매입을 재개하기 전에 투신 및 증권사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금이 주식을 살때 이들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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