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 위한 투자 생산에 도움|우정열 <부산시 중구 보수동 1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최근 직업병 판정 늑장으로 원진 레이온 퇴직 근로자 권경룡씨가 자살한 사건은 우리에게 직업병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병인가를 암시해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간 노사 분규의 주요 쟁점이 임금 문제에만 치중된 나머지 직업병이나 산재·건강 등에 대해서는 소홀했던게 사실이다. 우리 경제 규모도 상당히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이 5천6백 달러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의 무관심·당국의 정책 부재로 산재·직업병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많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산재 예방을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작업환경의 개선이다. 근로자들의 각종 사고와 질환은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다. 경영주들은 영리나 수지 타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쾌적하고 훌륭한 작업 환경 조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작업 환경이 개선되면 근로 의욕의 고취는 물론 생산성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직업병 판정의 인색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현행 최종 판정까지 1년 가량의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환자는 끝내 폐 질환에 이르고, 죽음에 이르고, 자살에 이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1차 검진에서 직업병 증세가 나타나면 판정이 나기 전이라도 즉각 정밀 검사와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
셋째, 산재 예방 시설을 갖추고 근로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사고의 대부분이 업주의 무관심과 근로자들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므로 수시로 안전 교육을 실시해 산재에 대한 인식 고취 및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 유자격 안전 보건 관리자를 배치, 근로자에 대한 안전 보건 교육을 실시하는 업체가 30%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를 의무화시켜야 한다.
넷째, 산재 예방을 전담하는 정부 기구 설립과 관련 법규의 대정비가 시급하며 희망 기업에 대해 산재 예방 시설 자금을 손쉬운 조건으로 융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사후약방문」격이 아닌 예방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고 상해의 위험 요소를 제거해 인간 존중의 경영 자세가 확립될 때 산재 왕국의 불명예를 씻게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