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분 수세 이제 와서 더 거둔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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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공이 출범하면서 5공 청산의 마무리과제로 여겨졌던 개혁입법이 아직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자칫 우물쭈물 넘어가지나 않을지 의심스럽다. 소위 개혁입법이라 하여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경찰법 등은 역대정권이 정권안보 차원에서 악용해왔음은 대다수의 국민이 익히 알고 있다. 그것도 완전 폐지가 아니고 일부를 개정하는 수준인데도 작년 1월 3당 합당이후 거대여당이 된 민자당의 민주화의지 약화와 다수당의 횡포로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있다.
그간 국가보안법·안기부법 악용으로 얼마나 많은 민주인사와 양심수들이 인권을 박탈당하고 구속되었는가. 6공 초기에 야당의석이 많을 때 노 정권은 개혁입법에 약간의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더니 거대여당이 된 이후로는 다수의 횡포를 여지없이 저지르고 있어 민주화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국회운영과 관련,『야당에 질질 끌려 다니지만 말고 소신을 갖고 개혁입법을 처리하라』면서 힘의 정치를 강조했다니 이처럼 비민주적이고 비타협적 자세에 실망을 느낄 뿐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야당인 신민당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하자는 종래의 입장에서 후퇴, 현행법을 개정하자는 양보적이고 타협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여당은 비타협적 강경 노선을 걷고있다.
항상「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입버릇처럼 외쳐대지만 기실은「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자세에서 전혀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정치인을 극도로 불신하는 것이다. 여야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임시국회나 정기국회 내에 개혁입법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박지영<부산시 사하구 괴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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