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응개선 빨리 매듭지어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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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국면을 진정시키는 최소한의 대책은 빠른 시일안에 전경의 운영책 및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전경의 운영책 및 제도가 개선된다고해서 이번 사태를 가져온 문제의 본질이 해소될 것은 아니지만 당국 스스로 그 제도상의 불법성과 운영의 과잉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서는 국면전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밝혀진대로 전경을 시위진압에 투입한다는 것은 명백히 위법이다. 그런데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자의적인 판단을 내세워 전경을 앞으로도 계속 시위진압에 투입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떠한 경우라도 법은 지켜져야 한다. 설사 전경을 시위진압에 투입하지 않아 문제가 빚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지 그것이 정부의 위법을 정당화해줄 이유는 되지 못한다. 법에 전경은 대간첩작전에만 투입할 수 있고 시위진압에는 의경만을 동원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이상 하루빨리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전경은 의경이나 정규경찰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첫째의 최소 조건이다.
다음으로 이른바 「백골단」으로 불리는 사복기동대도 법규에 맞게 개편되어야 한다. 직업경찰과 전경으로 혼합편성되어 있는 「백골단」의 구성자체가 위법임은 치안본부장도 시인했다. 불법·폭력시위자를 제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 억제는 어디까지나 법규에 맞아야 하고 또 경찰이라면 정복을 입고 근무에 임하는 것이 정도아닌가.
현재의 사복체포조는 국민들에게 주는 인상부터가 좋지 않아 공권력의 권위에도 손상을 주고 있다. 사복과 정복의 차이는 사소한 복장의 문제라 할지 모르나 실은 그렇지 않다. 블루진 차림은 주위에 주는 인상도 나쁘거니와 사복차림은 착용자 스스로의 정신상태도 해이하게 만들기가 십상인 것이다. 이번 강군 치사의 불상사도 사복에서 오는 기강해이가 한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끝으로 앞으로의 시위진압에선 이른바 공격성 진압이 사라져야 한다. 시위진압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해산이지 결코 공격일 수는 없다. 공격적 진압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거둘는지 모르나 결국은 폭력의 상승작용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사회의 차가운 눈초리 사이에서 시위진압에 진력해온 전경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경찰진압방법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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