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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정국 혼미 거듭/수습책 놓고 여야 시각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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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책 매듭간주… 시위진압 개선 역점/당정/공안통치 종식요구 “장외투쟁 불사”/야권
강경대군 구타치사사건으로 정치권 전체가 긴장속에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치안유지 등 공권력중심 정치를 해온 정부측도 크게 충격받고 총리가 대 국민사과를 하는등 자성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한편 야당측은 차제에 공안통치 종식을 위해 노재봉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정국분위기가 급행하고 있다.
강군 사망사건이 5월의 대학가와 6월의 광역선거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치안대책회의◁
○…29일 노재봉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소집돼 1시간10분동안 열린 치안장관회의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으며 노총리는 대 국민사죄문 형식의 발표를 통해 침통한 단어들로 사죄하면서도 한편으론 학생들이 냉정한 통찰과 지성인다운 자제력 발휘를 호소.
노총리는 강경대군 사건을 『진압전경들의 집단구타 행위로 숨진 가슴아픈 사건』이라고 규정한후 『통한스런 심정으로 다시 한번 심심한 사죄』『비극적 사건에 대해 내각은 무거운 책임감』『겸허한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은 통렬한 자성의 계기』『뼈아픈 교훈』『정부의 통렬한 반성』 등의 무거운 말들로 사죄.
그러나 노총리는 『민주화가 실현된 마당에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불법·폭력행동은 결코 합리화될 수 없으며 국민들의 공감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대학생들은 냉정히 통찰하고 지성인다운 자제력을 발휘하여 학원의 조속한 정상회복과 집회·시위문화의 개선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
한편 28일 삼청동 안가에서 있은 심야 당정회의에서는 총리가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하는 방안등이 검토됐으나 29일 노총리는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지시내용등을 사과문형식으로 내놨다.
▷민자당◁
○…민자당은 내무장관 경질로 조기수습을 위한 정치적 인책을 매듭지었다고 판단하고 시위진압의 제도적 개선책 강구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윤환 사무총장은 『정부가 사건전말을 공개,문책·사과를 한만큼 이제는 재발방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 29일 오전 소집된 의원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사태해결의 기조를 확인,신민당이 요구하는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하루 연장,이 사건을 특별의제로 추궁,▲국정조사권 발동을 반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활동을 위한 본회의 휴회결의안」을 전격 처리. 총무단소속 한 의원은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휴회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날치기 논쟁이 재발된다는 검토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국회일정을 늦추는 것은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단독통과의 이유를 설명.
민자당의 이같은 단독 강행통과를 하게된 배경엔 신민당의 대여공세 역시 강도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 한 고위당직자는 『신민당의 장외공세가 현단계에선 주목을 끌겠지만 재야·운동권과 연대할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잃을 것』이라며 『신민당 역시 국회내 투쟁을 원하고 있으며 상임위활동으로 넘어가길 내심 바랄 것』이라고 주장.
한편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영삼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강경대군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면서 사과.
▷야권◁
○…신민·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사건을 3당합당 후 여권의 체질이 권위주의로 복원되고 최근 공안정국이 계속되면서 검찰·경찰의 공권력 과잉행사가 빚은 참사로 규정,강력한 정치공세를 펼쳐 노재봉내각의 총퇴진과 공안정국 종식으로 연계시킨다는 방침.
신민당은 29일 오전 7시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대중 총재 주재로 원내 대책회의를 열고 강군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권을 가진 국회공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하고 이를 본회의에서 관철키로 결정.
이를 위해 신민당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따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같은 방침을 재확인하고 여당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날부터 시작된 상임위활동에 참여해 투쟁키로 결정.
신민당은 이날 김대중 총재가 당무회의에서 『그간 경찰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에 다소 소홀히 함으로써 강군 사건을 불러일으킨 것을 반성한다』고 말하고 『국민과 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외투쟁까지 포함한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전날에 비해 한층 강경입장을 표시했다.
신민당은 이날 『국회상위활동을 통해 대통령의 대 국민사과와 노내각 퇴진을 통한 철저한 책임소재를 가리겠다』고 결의했다.
김영배 총무는 ▲국정조사권 발동 ▲강군사건을 특별의제로 하는 본회의 하루연장을 하자고 여당측에 제의하고 『이같은 요구가 민자당측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늘 오후부터 있게될 상임위활동과 연계시키겠다』고 통고했으나 여측이 본회의 휴회결의를 강행하자 상임위활동에 참여해 투쟁키로 선회.
○…김대중 총재는 일요일인 28일 세브란스병원 강군빈소를 찾은 뒤 ▲노내각 총사퇴 ▲경찰시위 진압체계의 수비형 변경 ▲평화적 시위보장 ▲시위·집회당사자의 비폭력원칙 준수를 거듭 제시해 정권에 대해서는 최대의 정치공세를 취하는 일방 재야·학생운동권에 대해서는 과격자제를 호소했다.
신민당은 이같은 기조에서 29일 오후 있을 연세대 재야·야권 3당 공동규탄집회에 김총재가 직접 참가하지 않고 이우정 수석최고위원을 연사로 파견키로 했다.
이수석은 27,28일의 국민대책기구에 대표로 참석,『재야권과 야권 3당 사이에 투쟁기조와 비폭력원칙 등에 조금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신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재야의 일방요구에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 국내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29일 이기택 총재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연세대 범국민 규탄대회에 이부영 부총재등 중앙당 당직자와 지구당위원장 등을 파견해 야권 3당의 공동체제 및 재야와의 연대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장기욱 인권위원장을 검안·부검을 위한 자문단에 파견키로 하는 한편 국민대책기구에 5백만원의 재정지원도 함께 하기로 했다.
민중당도 김낙중 공동대표·장기표 위원장 등이 중앙당·지구당원을 동원,이날 대회에 참석키로 했다.<박병석·문일현·전영기기자>
◎노 총리 발표 사죄문<요지>
『우선 정부를 대신하여 숨진 강경대군의 부모 형제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통탄스런 심정으로 다시 한번 심심한 사죄와 함께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강군의 명복을 빈다.
지난 토요일 국회 답변때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대학생들의 시위를 막던 전경들이 공무 수행의 범위를 벗어나서 같은 연배의 시위 대학생을 구타하여 사망케 한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하여 내각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지금은 무엇보다도 사건의 전모를 명백히 규명하고,재발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성세대는 학생이나 전경이나 다같은 우리의 소중한 아들·딸이라는 점에서 우리모두가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 함께 깊은 반성과 성실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으며,특히 기성세대는 젊은 학생들의 시위와 항의가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맡아서 해결하고 책임을 져야할 문제들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너나없이 겸허한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는 통렬한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절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도록 하고 특히 내무부는
­철저한 안전평정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안전평정을 위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시위평정 과정에서 폭력행사 절대엄금.
­지급된 장비이외의 것에 대해 지휘·감독철저
이상에 대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발표하고 시행토록 할 것이며 법무부는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진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알리도록
­수시로 중간발표를 하여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오늘 참석한 관계장관들과 함께 강경대군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강군의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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