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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화가 손장섭씨 '자연과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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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손장섭(62)씨는 그의 오랜 그림동무인 주재환씨 표현에 따르면 "푸코.데리다.들뢰즈를 강아지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겨울 오막살이 같은 사내"다. 하지만 손씨 몸에 신명이 내리면 '이 땅의 숨결이 솟구치는' 장인이다. 그는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참여한 이래 삶의 진솔한 풍경과 역사의 숨소리를 화폭에 담아왔다.

지난 5일 시작해 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이어지는 '자연과 삶'은 신기(神氣) 어린 손씨의 40년 그림인생을 돌아보는 개인전이다. 일제 식민지로부터 전쟁과 분단.광주민주항쟁. 민주화투쟁 등을 다룬 역사화와 국토의 아름다움을 다룬 풍경화와 마을 들머리의 고목들을 주제로 한 '나무' 연작까지 40여 점 작품이 한 화가의 인생 역정을 돌아보게 해준다.

'완도 장보고 유적지 마을 신목'(사진)은 '나무 화가' 손장섭을 잘 보여주는 유화다. 우리 조상들의 성소와 쉼터가 됐던 나무의 장한 기상이 희고 푸른 서늘한 기운 속에 생생하다. 미술평론가 김광우씨는 그 흰색을 '손장섭의 색'이라 주목하고 흰색이"화가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회화적 언어"라고 설명했다.

전시와 함께 나온 '자연과 삶-손장섭의 회화 1960~2003'(미술문화 펴냄)는 전시회가 미처 보여주지 못한 화가의 전모를 담고 있다. 작가 자신이 직접 정선한 작품과 함께 이구열.원동석.성완경.최석태씨 등 평론가들이 쓴 글과 시인 이성부씨가 쓴 산행기를 모은 이 책에 대해 손장섭씨는 "평론과 회화의 단맛.쓴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도록 편집했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책을 읽다보면 다시금 주재환씨가 친구에게 바친 시의 한마디가 절로 떠오른다."조선놈 손장섭이여, 백산죽산 광주망월동 동해철책에 간절한 그리움 물결친다."02-720-511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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