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심각해진 북한의 군사 위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국방부가 펴낸 국방백서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2년 전 백서에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명기했던 것을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 단계 높인 평가다. 대통령이 반복해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거나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소한 군 당국은 우리의 안보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북한의 심각한 군사 위협에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이 핵무기 6~7개 분량으로 평가되고 핵실험도 마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은 우리도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으로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 정세상 현실성이 적다. 국가의 생존과 함께 평화적인 번영을 뒷받침하는 것이 안보의 목표임을 감안할 때 핵무장은 우리의 번영을 보장하기보다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핵 억지력은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몽상적인 자주국방론은 한.미 동맹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우리에게 안보 위협은 북한만이 아니다. 경제적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은 해군력을 크게 강화함으로써 군사적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초강대국화는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안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적절한 대비도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이외에 대안은 없을 것이다.

평화 시에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분쟁의 가능성을 낮춰 안보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안보는 유사시를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 나라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방도는 결국 미국과 강력한 군사적 동맹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