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월계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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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색 벗고 친목단체로 탈바꿈/내부선 “대통령도 해체 안바란다”
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의 차기대권도전을 위한 전초기지로서 주목을 받아 왔던 월계수회의 장래를 놓고 청와대나 민자당에서는 정치색을 완전 탈색시키려 하고 있으나 월계수안에서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눈치여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월계수회는 박장관의 고문직 사퇴발표 이틀후인 8일 저녁 전국시도지부회장단회의를 소집,박장관의 고문직 사퇴와 이재황 의원의 회장직 사퇴를 추인하는 한편 후임회장에 비정치인 출신인 최신길씨(50·부산·수산업)를 선출했는데 월계수회의 앞날에 대해서는 순수한 친목단체로 전환시켜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월계수회측은 특히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나 김윤환 사무총장을 비롯한 민정계중진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월계수회 자체의 완전해체나 당의 방계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다만 월계수회의 총지휘자였던 박장관이 『차기대권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 월계수회 고문직을 사퇴한다』고 밝힌만큼 박장관의 정치적 행보를 보다 자유스럽게 하기위해 정치적 대변혁이 예상되는 광역의회선거이후까지는 조직적이거나 정치적인 활동은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후임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재섭 민자당기조실장 대신 순수한 민간인출신의 중소기업인 최신길씨를 회장으로 선출한 것도 월계수회가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월계수회측은 특히 ▲노태우 대통령 스스로가 월계수회 자체를 해체하는 것을 원치않고 있고 ▲헌법에도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있는 만큼 조직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조직원의 90%이상이 비당원인데다 조직원 스스로가 민자당입당을 원치않고 있기 때문에 월계수회를 당의 방계조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월계수회측은 노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정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월계수회의 존속에 대한 강한 애착과 집념을 보였으며 따라서 앞으로 소생할 기회가 있다고 보고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월계수회측이 청와대나 여권전체의 기류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박장관의 사퇴를 결정했을때 월계수회를 해체한다는 방안까지 나왔으나 다만 노대통령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친목단체로 성격을 바꿔 존속시켜 두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만약 월계수회가 계속 광역의회이후를 넘본다든가 하면 단호한 조치도 불가피하다고해 해체가능성도 시사했다.
당지도부와 민정계중진그룹들은 일단 월계수회의 정치색배제에 최소한의 조치로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현역의원들의 월계수회 공식탈퇴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나 당사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당히 강도높은 후속조치가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계수회원의 당직박탈,공직배제 등이 그러한 조치와 연관돼 있다.
이미 당내에서는 『대통령단임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대통령을 위한 월계수회가 계속 존속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결국 통치권에 대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월계수회 존속방침에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때문에 월계수회가 앞으로 계속 유지되느냐 여부가 당내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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