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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모금행사(정치와 돈:5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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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해경양 「민중당돕기」가 시금석/깨끗한 자금모으기에 기대(주간연재)
권력을 만들어내는 권력자원으로 보통 돈·조직·정보를 거론한다. 여기에 매력을 추가하는 분석도 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청신한 매력이 그의 권력행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고,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할리우드적 매력」은 고령인 그에게 가해졌던 정치적 공격의 예봉을 막아주는 훌륭한 안전판이었다고 한다. 「매력」을 상품으로 파는 가수 민해경양(27)이 과격이미지를 벗고 대중정당으로 정착하려고 몸부림치는 민중당을 금전적으로 돕기위해 디너쇼를 벌이기로 한 것은 적어도 한국 정치사에서는 있어본 적이 없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가수 프랭크 시내트러가 「1백달러짜리 식사공연」(간단한 음식을 제공하고 1백달러짜리 표를 판매하는 정치자금 모금행사)을 통해 1백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 레이건후보에게 제공한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일본도 국회의원선거는 물론 각급 지방의원선거때 이같은 모금행사가 성황을 이뤄 정치인의 주요 자금줄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자금법상 정당이나 정치인의 후원자가 1년에 한번,선거연도에는 추가로 한번 모금행사를 더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법적 허용여부와 관계없이 군사독재와 정보·공작정치에 시달려온 우리 정치사회풍토에서 연예인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한다거나 이를 위한 자금모금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용필·이주일씨등 정상급 연예인들은 공연장소는 물론 사석에서도 극도로 정치적 발언을 피하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권력편에 서는 것도 위험부담이 따른다. 지난 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 출연한 개그맨 김병조씨가 당시 야당이었던 통일민주당(총재 김영삼)을 『민중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비꼰 것이 화근이 돼 6개월간 자숙하는 의미에서 출연을 포기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물론 6·29이후 6공의 비교적 자유스러운 공간 속에서 개그의 주제가 다양해졌고 연예인들의 활동이 폭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민양의 디너쇼는 연예인의 정당후원활동에 새 경지를 열어 연예가와 정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 「사건」이라 함직하다. 그것도 가장 진보적이고 오히려 재야에 가깝다는 민중당을 위한 「돈모으기」행사라는 데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게 중론이다.
민양은 『특별한 정치적 입장이 있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정당이라는게 뭔가 무겁고 칙칙하고 거만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디너쇼를 요청하러 찾아온 이재오 총장이나 노영희 여성위원장(43)이 모두 헌신적이고 진지한 모습을 보인것에 감명받아 흔쾌히 승낙했다』고 수락이유를 말했다.
민양의 매니저인 이명순씨도 『이제 연예인들이 제 마음에 드는 정치인이나 정당을 위해 자기 실력을 파는게 불이익이 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 『노위원장,민양,내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과 돈없는 민중당에 대한 순수한 동정심이 개런티없는 디너쇼를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중연예인들이 특정 정당의 당원이 아니더라도 기금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예술시대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민자당 김영삼대표최고위원과 민주당 이기택 총재등 여야 다수의원들도 10장에서 50장까지 표를 사가 「모금행사」자체에 대한 정치인들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행사가 성공하면 민자당 남재희의원과 평민당도 중앙당 차원에서 유사한 행사 개최를 검토중이어서 기금 모금쇼가 우리 정치의 새로운 자금공급 관행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대로만 된다면 정치인들이 막후에서 검은 거래를 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투명하고 즐거운」 정치자금 모금행태의 정착도 기대해 봄직하다.
이번 행사로 민중당은 빚 5천만원중 3천만원은 갚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1월 창당이래 서교동 한 빌딩의 4층을 보증금 5천만원에 월 2백60만원에 세내 쓰고 있는 민중당의 한달 경상비는 약 4천만원에 이른다.
상집위원,중앙위원들이 매달 20만원,5만원씩의 당비를 내고 이우재·이재오·장기표씨 등이 자기집을 내놓고 사채 등을 얻어 메워가고 있지만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형편.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8천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빚갚는 것을 제외한 5천만원은 ▲전액 광역의회선거자금으로 돌릴 것인지 ▲창당이래 약속만하고 한번도 준적이 없는 중앙당요원 50명에 대한 교통비 10만원씩을 지급할 것인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민중당은 이번 디너쇼를 당주최로 할 경우 민양이 당원이어야 하는점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1백명 정도로 중앙당후원회를 서둘러 만들어 후원회 주최의 모금행사형식을 갖추었다.
민양의 이번 행사는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정치자금모금의 방법을 제시하는 시금석으로 기능할 전망이 높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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