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원장의 끝없는 언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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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언론에 대해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면 우리도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이 언론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언론을 이토록 함부로 폄훼하고 모독할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의 언사는 최소한의 예의나 품격마저 내팽개친 막말 수준이어서 그가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친 교수였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의 발언에는 언론에 대한 불만을 넘어 증오의 냄새까지 묻어난다.

파장이 커지자 공정위는 "애정을 갖고 하는 건설적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악의적 보도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이야말로 권 위원장의 비뚤어진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낸다. 언론이 애정을 가지고 보도하면 건설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의적이라는 잣대 자체가 틀렸다. 언론은 취재 대상에 대한 애정 여부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를 판단하고 보도할 뿐이다. 악의적이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비판적인 보도에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발상은 또 뭔가. 공정위가 비판받는 것은 직원들의 비리와 정책 실패 때문이지 언론 탓이 아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그것이 성에 차지 않으면 언론중재위나 법원에 제소하면 될 일이다. 지금도 언론에 대응할 법적.제도적 수단은 차고도 넘친다. 무엇을 얼마나 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권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 자리에서 "광고 때문에 사설과 기사가 다르게 나간다"는 엉뚱한 발언을 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러고도 여전히 언론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고 있다. 언론 탓 하지 말고 제대로, 바르게 일을 해 보라. 공정위원장은 자신의 말대로 "(정책을 통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자리라는 점을 명심하라. 언론은 그 일을 전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