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지배구조 취약한 기업 주식 사들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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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재벌 개혁을 위해 소액주주 운동을 펼친 분이에요.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의 주주총회에 등장, 수년간 경영진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외쳤지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소송까지 벌였지요. 덕분에 장 교수가 이끈 참여연대는 가장 유명한 시민단체가 됐어요.

그런 장 교수가 이젠 펀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니 모두들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하죠.

그렇지만 장 교수가 장하성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건 아니에요. 이 펀드는 외국 운용사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의 '존 리'라는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어요. 펀드 등록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아일랜드에 돼 있고요.

장 교수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라는 곳에서 라자드에 기업지배구조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장 교수도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조언할 수 있죠.

이 펀드의 목적은 지배구조가 잘못돼 주가가 제 평가를 못 받는 기업을 선정해 지배구조를 직접 개선시킨 뒤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수익을 거두는 거라고 해요. 적극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거죠. 이 때문에 장하성 펀드를 넓은 의미에서 SRI 펀드라고 부르기도 해요.

그러나 일부에선 장하성 펀드는 SRI 펀드가 아니라고 주장해요. SRI 펀드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펀드 수익을 높이는 것인데, 장하성 펀드는 경영에 참여해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가까워서죠. 게다가 장하성 펀드가 투자했다고 밝힌 기업들, 대한화섬.화성산업.크라운제과.동원개발 등을 보면 지배구조 문제보다는 오히려 '저평가 자산주'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어요.

어쨌든 지금 시장에서는 장하성 펀드에 거는 기대가 커요. 논란을 떠나 이 펀드가 국내 SRI 펀드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왔거든요. 또 펀드가 자본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선례가 될 듯합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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