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조정 선수 한강 익사 사고-구명 장비 없어 화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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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31일 한강에서 발생한 고교 조정 선수 2명의 익사 사고는 영세한 국내 고교 조정 팀이 구명 보트 등 최신 장비를 갖추지 못해 자초한 화로 체육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물위에서 벌이는 격렬한 스포츠이면서도 정작 선수들이 물에 빠질 경우를 대비한 구명 보트가 예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조정·카누 등 수상 스포츠의 안전 사고 사는 대부분 심장마비다.
열띤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들은 속력 내기에 급급, 생리적 한계를 넘는 오버 워크를 하게 마련이고 자칫 실수 등으로 물에 빠질 경우 격렬한 운동으로 최고조의 박동을 하던 심장이 차가운 수온과 접해지면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레이스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진 카누의 변영재 (당시 평택 한광고 1)군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 훈련 도중 숨진 김정필 허균 (이상 서울중대부고 2)군 등의 경우는 비인기종목인 조정의 영세성과 맞물린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 충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참사는 돌발사고이기는 하나 강풍으로 고르지 못한 일기 속에서 훈련을 강행했고 물에 빠질 경우를 대비한 안전수칙을 철저히 주지시키지 못한 지도자의 책임이 크다.
물에 빠질 경우 노 받침대 등 경기정에 의지해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안전의 제일원칙인데도 선수들은 자신의 수영 실력을 믿고 무리하게 헤엄쳐 나오다 심장마비 사고를 야기 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선수들의 훈련시도 및 보호를 맡는 시가 5백만원 가량의 코치용 모터보트를 예산 부족으로 준비할 수 없었던 것이 더 큰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고교 팀 중엔 거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액수의 이같은 코치용 모터보트를 구비한 팀은 전무한 실정.
또 코치와 선수간의 주요 연락 수단인 무전기가 일반용이 아닌 생활용이어서 통달거리가 5백m에 불과, 2km의 레이스를 결치는 경기정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점.
오세문 중대부고코치는 기상조건이 돌변, 악화되자 선수들과의 대피책 강구를 위한 교신을 시도했으나 경기정과 1·5km 떨어진 출발지점에서 통달거리 5백m에 불과한 생활용 무전기로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이번 사고는 부주의와 한국 조정의 영세성이 맞물려 자초한 불상사로 그 동안 비 인기의 그늘 탈피에 안간힘써오던 조정 등의 수상스포츠에 또 한번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조정 인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선수가물에 빠질 경우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순간 팽창 식의 구명대와 체온과 땀을 배출하면서도 물의 홍수를 막아 차가운 수온이 몸에 전달되지 않는 첨단소재의 경기복 보급 등 장비개선이 안전교육 강화와 함께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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