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민 - 민 갈등'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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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사무소 앞. 500여 명의 주민이 전날에 이어 면사무소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양북면 주민 서모(53)씨는 "경주시가 방폐장을 양북면에 유치할 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까지 이전시켜 주겠다 해 놓고 지금 와서 안 된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원 뺏으려면 방폐장도 가져가라'는 플래카드도 곳곳에 내걸렸다. 경찰은 양북면 일대를 중심으로 전경 3000여 명을 배치, 관공서 점거 등에 대비하고 있다.

도심권 주민들도 한수원 유치를 위해 19일부터 경주시청 정문 앞에서 농성 중이다. 범시민연대 최태랑(65) 대표는 "40년간 각종 규제에 묶여 피폐화된 경주를 살리자며 시가지 시민들의 높은 지지로 방폐장 유치가 결정된 만큼 도심권 이전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경주시민들이 한수원 본사 이전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설 양북면을 비롯한 양남면.감포읍 등 동(東)경주지역 주민들과 도심권 주민들이 서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 왜 유치하려 하나=한수원이 옮기면 우선 직원 880여 명과 가족이 상주하게 된다. 또 본사 사옥부지로 평지는 최소 5만 평, 구릉지는 10만 평이 필요하다는 게 한수원 측 판단이다. 사옥.사택 건립으로 이전 대상 지역의 땅값 상승과 함께 현지 건설인력 고용, 토목.건설 등 지역업체의 참여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 원자력 분야 등 7~8개 협력업체가 경주에 사무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 측은 한수원 본사 부지에 650명이 근무할 사무실 부지 5만여 평을 확보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 이전만으로도 수천여 명의 인구 유입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경주시 권순복 계장은 "고용 창출, 땅값 상승, 상권 활성화 등 시너지 효과가 커 주민들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전 계획은=한수원 측은 내년 1월 2일까지 본사 이전 계획을 산업자원부에 통보해야 한다.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상 방폐장 유치지역 예정구역 지정고시(2006년 1월 2일) 후 1년 이내에 이전 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본사 이전은 방폐장 실시계획 승인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 (2010년 10월 해당) 완료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이에 따라 산자부와 협의해 연내 이전 대상지역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주=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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