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이필상 총장.김경빈 기자
◆ "대학원생 논문과 흡사"=26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총장은 1988년 12월 교내 학술지인 '경영논총'과 '경영연구'에 각각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 '외채관리에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라는 논문 2편을 실었다.
두 편의 논문 모두 이 총장이 단독 저자로 돼 있다. 그러나 이들 논문은 같은 해 2월 고려대 경영대에서 석사학위 심사를 통과한 대학원생 논문 2편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분석 결과 이들 논문은 각각 전체 283개 문장 중 227개, 223개 중 127개 문장이 제자들 논문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했다. 표.각주.공식.참고문헌 등도 제자들 논문과 같았다.
본지 취재팀이 국회도서관에서 논문을 검색한 결과 2001년 이후 이 총장이 발표한 논문 8편은 모두 공저자가 자신에게 학위를 받은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내용도 제자의 학위 논문을 약간만 손질한 상태였다. 이 총장이 공저자로 게재한 논문과 제자의 학위 논문은 제목과 주제.연구틀.분석방법이 비슷하며 논문 초록과 본문 등에 동일한 문장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 이 총장이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기업집단의 경영구조와 기업성과 및 기업가치의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는 그해 8월 나온 제자 신유식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거의 동일하다. 2001년 이 총장이 제자 최진범씨와 공저자로 발표한 '모수적 이자율 기간구조 모형을 이용한 미래 현물이자율 예측에 관한 연구'도 최씨가 2000년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상당 부분을 인용했다.
또 이 총장은 자신의 저서 '금융론' '금융경제론' '금융경제학' 등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의 폴 스미스 교수가 78년 출간한 'Money and Financial Intermediation(금융기관론)'의 상당 부분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인용한 의혹도 받고 있다.
◆ "과거 관행이었다"=이 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과거의 학술 관행 때문에 현재 관점에선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며 "불미스러운 사태가 빚어져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988년 논문 작성 경위는.
"당시 내가 구상했던 논문 주제 2개와 관련한 자료를 석사과정 학생 2명에게 줬다. 이를 발전시켜 학위논문으로 쓰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졸업한 뒤 고대에서 발간하는 논문집에 논문을 내라는 독촉이 있어 학생들에게 준 논문 초안을 투고했다."
-윤리적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나.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라고 해도 제자가 먼저 학위 논문으로 출간한 뒤 비슷한 논문을 내 이름만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은 현재의 연구윤리에서 보면 적절치 못하다. 그러나 당시 관행으로 볼 때 크게 문제시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원래 아이디어가 내가 직접 구상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부적절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05년 논문 제1저자가 된 계기는.
"제자 신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하면서 신씨에게 학술지에 투고해 보라고 권유했다. 나는 논문 게재가 확정됐다는 말을 들었을 뿐 제1저자로 명기된 사실은 몰랐다."
◆ 학계 반응=아주대 독고윤(경영학) 교수는 "논문 지도만으로 교수가 제1저자는 물론 공동저자로 대접받는 것은 외국에선 상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고려대 김균(경제학) 교수는 "공동연구한 논문이 별도의 논문으로 발표되는 88년 당시 관행을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천인성.한애란 기자<guchi@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