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은 집안싸움 중] 한나라 인적쇄신 압박 소장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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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수사, 특검법안 상정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각 정당은 내부 세력간 충돌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당 대 당 싸움판 속에서 먹고 먹히는 당내 세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 세력판도가 누구를 중심으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5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온 17대 총선의 윤곽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최병렬.민주당 박상천 대표, 열린우리당의 김원기 창당준비위원장 등 현 지도부는 당 밖보다 당내 도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현역 의원 물갈이 요구, 민주당 중도파의 당권 도전, 열린우리당 강경파의 지도부 직선 주장 등이 정치권 전체를 흔들 기세다.

한나라당 내 '물갈이'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혁명적인 당내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지도부를 다시 압박키로 한 것이다. 9일 소장파의 대표격인 남경필 의원은 "그동안 물갈이 요구는 잠시 접고 정치개혁안 마련에 주력해왔다"며 "최병렬 대표가 최근 발표한 개혁안에 우리의 요구가 대폭 수용된 만큼 앞으로는 인적 쇄신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南의원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소장파 의원들은 공천 예비심사 단계에서 현역 의원의 30% 이상을 갈아치운다는 목표 아래 ▶부정부패에 연루된 전력이 있거나▶인권탄압 경력이 있는 경우▶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저조한 사람 등을 물갈이 기준으로 제시키로 했다. 또 최근 南의원 등 4명이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한 데 이어 조만간 10여명의 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추가로 위원장직을 사퇴키로 했다.

이처럼 소장파들의 강경한 물갈이 요구는 아무리 좋은 정치개혁안이 나와도 인적 청산과 물갈이가 안되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특히 SK돈 1백억원 수수 등 대선자금 관련 비리로 당의 이미지가 땅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돌파구는 혁명적인 물갈이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소장파 의원들은 이 같은 요구안을 정리해 조만간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향후 의원총회와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등에서 강력히 요구키로 했다.

그러나 인위적 물갈이 주장에 대한 당내 반발도 적지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 중진의원은 "소장파들이 그렇게 나온다면 중진들도 뜻을 모아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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