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도마위의 「북방4도」/영토반환협상 나선 소­일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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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실리추구 외교정책의 소산/우선 2개섬 반환 가능성 커
요즘 일본국민들은 다음달 16일로 예정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일을 계기로 염원하던 「북방 4개섬」을 어쩌면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소련에 대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총액 2백60억달러(한화 약 18조7천억원)의 경제원조를 북방영토 반환조건으로 제시할 방침을 굳혔고 소련도 북방도서 협상용의를 밝히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정부와 자민당은 북방 4개섬 반환을 전제로 ▲40억달러의 긴급융자 ▲민간자금협력,수출입은행 융자 등에 의한 경제 프로젝트 자금지원 ▲정부출자의 「일 소 경제교류 진흥공사」(가칭) 설립을 통한 종합적 개발지원 ▲4개섬 반환에 따른 주민이주,소련군 철수비용 5천억엔 지불 등 총액 2백60억달러의 대소 경제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방소중인 오자와(소택일랑) 자민당 간사장을 통해 25일 밤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으며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모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적극적인 협상을 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북방 4개섬을 둘러싼 일소 양국의 소유권주장은 한치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왔다.
우선 역사적 경위에 대해 일본은 1855년의 일로 통상우호조약과 1875년의 「지시마(천도)­사할린교환조약」에 따라 이 섬들이 합법적인 일본의 영토임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소련은 쿠릴(지시마)열도를 처음 발견하고 개척한 것은 제정러시아라며 맞서왔다.
2차대전 종전 직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양국은 한치의 양보도 없다.
소련은 45년 참전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쿠릴열도 인도를 약속받았으며 이에 따라 그해 8월 이 열도를 소련령으로 삼아버렸다.
일본은 패전후 미국과 맺은 51년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쿠릴열도의 주권을 포기했으므로 더 이상의 발언권이 없다는게 소련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주권을 포기한 쿠릴열도안에 북방 4개섬은 포함되지 않으며 더욱이 소련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조인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한다.
이후 51년 「일 소 공동선언」에 의한 양국간의 평화조약 체결후 소련은 일본에 대해 하보마이(치무),시코탄(색단) 등 2개섬은 인도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소련은 60년 미국과 일본이 양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공동대처하며 경제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안보조약을 개정한 것을 계기로 2개섬 반환결정을 번복했다.
이후 일본은 줄곧 4개섬의 일괄반환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소련은 이 문제를 외교적 논의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소련이 양국간에 영토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학자·정치가들 사이에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이후의 일이다.
더구나 소련은 악화되는 경제사정도 겹쳐 실리추구 외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북방 4개섬 반환을 낙관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일본의 「자금공세」가 자칫 소련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도 아직은 현격하다.
현재 소련은 시급한 경제원조를 얻어내는 대신 하보마이,시코탄 등 2개섬은 돌려줄 가능성이 크다.
즉 경제원조의 대가로 51년 일 소 공동성명을 인정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선 이 2개섬을 반환받은 구나시리(국후),에토로후(택착) 등 2개섬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주권을 인정해 주도록 요구하는 일본측의 의도에는 소련이 순순히 따를 것 같지는 않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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