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꼬마 슛돌이 '자신감'을 패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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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파차마마의 선물
팔로마 산체스 지음, 유혜경 옮김
책씨, 184쪽, 8500원, 초등 고학년~고등학생

스페인 시골마을 어느 작은 초등학교 4학년 학급에 에콰도르의 인디오 소년이 전학을 오면서 이 태풍 같은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빨 하나는 부러져 있었고, 몸은 어찌나 말랐던지 맞는 옷이 없을 정도"니, 외모는 상당히 볼품 없다. 아이들은 그를 본명 호세가 아닌 '인디오'라고 부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인디오가 5학년과의 축구 경기에 출전해, '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거구의 골키퍼를 상대로 "발에 다이너마이트가 달렸다가 터진 것처럼" 강슛을 날리기 전까지는.

먹보와 다람쥐, 백발 이네스와 카멜레온, 그리고 실타래. 개성 만점의 단짝 친구 다섯 명이 발견한 인디오의 은밀한 매력은 또 있다. 인디오는 바람을 부른 뒤 바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땅의 어머니 파차마마에게서 선사받았다(와우!). 그 특별한 능력 때문에 친구들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그리고 독자들의 책장 넘기는 속도를 가일층 빠르게 만드는 여러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난다.

교실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지 않나, 고래 구경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마을 해변가에 엄청나게 큰 고래가 떠밀려오질 않나. 할머니 두 명만 사는 집에 의문의 보석 도난사건이 일어나 마을 전체를 술렁이게 하기도 한다.

이 모든 사건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내면에 숨쉬고 있던 자신감을 발견하게 된다. 작고 초라해보였던 인디오가 친구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특히 5학년 형들과의 축구시합 결승은 이 책을 '축구동화'라고 정의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 만점이다. 형들이 의도적으로 건넨 변비약을 먹은 뒤 인디오가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특히 백 개의 발에서 나오는 것 같은 힘으로 슛을 날리는 '백발' 이네스는 문전 돌파를 할 수 없다는 심각한 컴플렉스 때문에 이만저만 불안한 게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해피엔딩. 아이들이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발이 저절로 움직이게 하라"던 인디오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한 덕분이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가능성을 실제 능력으로 연결시키는 힘 역시 나에게서 나온다는 주제를 놓고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눠봄직한 책이다. 지은이 팔로마 산체스는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아이들을 접한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문장 곳곳에 스며 있는 생동감이 그만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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