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차마마의 선물
팔로마 산체스 지음, 유혜경 옮김
책씨, 184쪽, 8500원, 초등 고학년~고등학생
먹보와 다람쥐, 백발 이네스와 카멜레온, 그리고 실타래. 개성 만점의 단짝 친구 다섯 명이 발견한 인디오의 은밀한 매력은 또 있다. 인디오는 바람을 부른 뒤 바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땅의 어머니 파차마마에게서 선사받았다(와우!). 그 특별한 능력 때문에 친구들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그리고 독자들의 책장 넘기는 속도를 가일층 빠르게 만드는 여러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난다.
교실에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지 않나, 고래 구경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마을 해변가에 엄청나게 큰 고래가 떠밀려오질 않나. 할머니 두 명만 사는 집에 의문의 보석 도난사건이 일어나 마을 전체를 술렁이게 하기도 한다.
이 모든 사건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내면에 숨쉬고 있던 자신감을 발견하게 된다. 작고 초라해보였던 인디오가 친구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특히 5학년 형들과의 축구시합 결승은 이 책을 '축구동화'라고 정의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 만점이다. 형들이 의도적으로 건넨 변비약을 먹은 뒤 인디오가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진다. 특히 백 개의 발에서 나오는 것 같은 힘으로 슛을 날리는 '백발' 이네스는 문전 돌파를 할 수 없다는 심각한 컴플렉스 때문에 이만저만 불안한 게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해피엔딩. 아이들이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발이 저절로 움직이게 하라"던 인디오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한 덕분이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가능성을 실제 능력으로 연결시키는 힘 역시 나에게서 나온다는 주제를 놓고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눠봄직한 책이다. 지은이 팔로마 산체스는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아이들을 접한 경험이 풍부해서인지 문장 곳곳에 스며 있는 생동감이 그만이다.
기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