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흉내 한국결혼식 산만하고 혼례비 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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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결혼식은 형식면에서 미국식과 비슷하나 내용면에서 크게 다르며 지나치게 혼례비용이 비싸다는 평가가한 미국계 여성으로부터 나와 관심을 끈다.
이 같은 견해를 밝힌 이는 김용복박사(기독교아시아연구원장·신학)의 부인으로 13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고있는 미국인 김애련씨(미국명 애리언 케네디·46·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무자).
건전생활실천 범여성운동연합 주최로 21일 오후 서울YWCA강당에서 열린 바른결혼문화정착을 위한 실천대회(주관 대한YWCA연합회)에서 이같은 사실이 발표됐다. 다음은 발표요지.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결혼식은 너무 비싸다. 예식장비·드레스비·화장비도 너무 비싸 살림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결혼식을 못하고 그냥 살아야할 정도다. 요즘 신랑보다 신부에게 더 많은 물건을 준비해오라는 시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데 이것은 인도의 지참금제도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많은 결혼식이 거의 똑같고, 한국의 전통을 따라하지 않으며 서양결혼식을 흉내내고, 신부가 왜 지나치게 짙은 화장을 하고 복잡하게 디자인된 하얀드레스를 입어야만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신부들은 마치 서양인형같다.
결혼식 중에 사진사들이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진이나 비디오촬영을 하는 것, 예식장 직원이 갑자기 결혼식장에 뛰어들어와 신부 옷자락을 맞추는 것 등은 하객들의 정신을 흩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하객 중에도 앞에서 진행되는 결혼식을 무시하고 큰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해 주례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방해하는 일도 실망스럽다.
미국전통결혼식과 현재 유행하는 한국결혼식은 비슷하다.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와 신랑한테 넘겨주는 것, 신부 입장 때와 신랑·신부 퇴장 시 음악은 모두 같다. 미국에서는 결혼식을 교회에서 치르며 목사가 주례를 맡는다. 다만 신부·신랑에게 들러리를 세우는 것이 차이가 난다. 결혼식후 하객들은 쌀이나 색종이조각을 새 부부에게 던지며 축하인사를 한다. 손님들은 모두 선물을 가지고 오나 한국처럼 「돈 봉투」인 것이 아니라 새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후에 신부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카드를 보낸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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