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추가 규제 고민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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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추가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안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대출제도가 금융기관 건전성 차원이 아닌 부동산 가격 잡기용으로 변질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 주택담보대출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정치권의 압박강도도 상상 이상이다. 이렇다 보니 어느 하나의 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모든 안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내부서도 이견= 감독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추가규제에 대한 '부작용'이다. 이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으로 돈줄을 상당 부분 막아 놓은 상태다. 추가 규제를 할 경우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추가 규제가 부동산 가격을 경착륙 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는 것 자체가 은행 건전성에 더 큰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미 내놓은 정책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가 대책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 지적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계절적 비수기인 지금 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주춤해진 집값이 내년 봄 이사철에 맞춰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달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는 것도 추가 규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은행들은 불만= 은행들은 대출 추가규제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가뜩이나 자금 운용처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담보대출을 규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은행돈을 이용할 리는 없고 가계 대출을 막으면 결국 중소기업 대출 밖에 남는게 없게 된다"며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에 돈이 풀리대로 풀린 상황에서 갈만한 곳이 없으니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큰 숲을 보지 않고 나무 가지치기만 한다는 것이다.

◇"기존 대출 상환 유도를"=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여 있고, 가계의 대출상환 여력이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반대로 대출을 옥죄는 강도가 너무 빠르게 세지고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금융연구원 강경훈 박사는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과거 대출을 받아서 이미 집을 산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존 대출자에 대해 만기 연장시 일부를 상환하게 하거나 DTI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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