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학법 재개정에 꼭 반영돼야 할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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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개신교.천주교 단체 지도자들이 집단 삭발까지 하며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해 말 무리하게 만든 개정 사학법에 대해선 한국교총 등 교육계에서도 반대가 많다. 개정 사학법은 7월부터 시행됐지만, 정관을 고친 사학 법인은 절반에 불과하다. 우리는 여러 차례 개정 사학법을 고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최근 독소조항은 놔둔 채 지엽적인 내용만 고쳐 국회에 제출했을 뿐이다. 할 일은 태산인데, 악법을 '최대 개혁 입법'이라 우기면서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너무 한심스럽고 안타깝다.

첫째,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투명성을 높인다며 이사회의 4분의 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이 자체도 사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개방형 이사 추천권자를 학교운영위원회(초.중.고)와 대학평의원회(대학교)로 제한한 것은 더 심각하다. 건학 이념과 다른 개방형 이사로 인해 학교에 갈등이 많아질 것은 뻔하다.

둘째, 교육인적자원부가 자의로 사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할 길이 넓어져 극소수의 세력이 문제를 일으켜도 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임시이사를 파견될 수 있게 됐다. 이러니 전교조 등 특정 세력이 정권의 비호 아래 문제를 일으킨 뒤 사학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은 것이다.

셋째, 관선 임시이사들의 임기가 무제한으로 되는 등 권한이 커진 것도 문제다. 과거에도 임시이사가 파견되면 학교가 정상화돼도 설립자가 이를 되찾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임시이사들의 학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정권에 맞는 '코드 인사'가 임시이사로 채워지는 경우가 심해졌다. 그래서 '정권의 사학 탈취법'이란 말도 나온다. 결국 사학은 정부.정치권의 눈치를 더욱 보고, 사학의 관변화는 한층 심해질 것이다.

개방형 이사를 주장하는 명분은 사학 비리를 없애자는 것이다. 비리는 관련 법을 강화해서라도 엄중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사학이 '비리 소굴'은 아니다. 올해 정부의 대대적인 감사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비리 사학은 극소수였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을 일궈온 사학을 '잠재적 비리 집단'으로 모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도 두 차례 재개정하라고 열린우리당에 권고했지만 열린우리당은 거부했다. 최소한 개방형 이사의 추천권자를 확대하고, 임시이사를 교육부 마음대로 파견할 수 없게 만들고, 임시이사의 권한을 극히 제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개방형 이사 추천권자를 종단 등으로 확대하고 임시이사 파견 주체를 교육부에서 법원으로 바꾸는 방안 등은 어느 정도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