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단합대회에 여 “김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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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출마당원 소개 내용 문제삼아/선관위에 유권해석 의뢰까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14일 성남·수원에서의 당원단합대회를 출발로 시·군·구 의회선거를 겨냥한 전국 순회집회에 나서자 민자당이 위법여부를 검토하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총재는 당초 수서비리규탄 옥외대중집회를 전국적으로 37회에 걸쳐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규정한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들여 ▲장소는 옥외에서 옥내로 ▲대상은 일반대중에서 당원으로 ▲주제는 수서규탄만이 아니라 평민당지지도 포함시켰다.
첫 집회가 열린 성남극장에는 약 7백명,그 다음 수원 단합대회엔 약 2백여명이 참석해 김총재의 연설을 들었으나 옥외대중집회에서와 같은 열기는 없었다.
가두방송이나 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홍보물부착을 못하게 해 당원들에게는 전화등을 통해 대회개최를 고지했다고 한다.
대회를 준비한 성남을지구당(위원장 이찬구 의원)의 한 당직자는 『중앙당과 위원장 지시에 의해 당원단합대회의 대중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열기저조의 원인을 설명했는데 검·경,선관위의 감시·고발분위기에 위축된 인상.
김총재는 『당초 4∼5대 1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후보등록이 공안당국의 엄단·색출·구속자수 할당의 공포속에 2.35대 1 밖에 안됐다』며 『우리당 출마희망자 1백여명이 포기한 것을 비롯,야당과 순수무소속 후보가 겁이 나서 등록포기를 한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지자제가 평민당이 지난해 사퇴·단식정국을 통해 얻어낸 해방후 최대의 성과인만큼 선거법의 정당개입부분을 최대한 활용,기초의회에 우리당이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날 총재연설전에 내빈인사 순서에서 단상 뒷줄에 앉아있던 23명의 성남갑·을지구당 간부들이 함께 일어나 동시에 인사했는데 이중 18명이 이 지역 시·군·구의회의 평민당 출마자.
이찬구 위원장은 지난 1월21일 사전선거운동으로 구속된 지구당소속 김종환 부위원장의 부인을 따로 단상에 불러 격려박수를 부탁했다.
○…민자당은 평민당의 이런 점을 문제삼아 즉각 대변인 논평을 내는 한편 중앙선관위에 선거법위반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박희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러한 당원단합대회야말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진 탈법적인 선거운동』이라고 규정하고 『공명선거를 해치고 국민의 절대적 여망을 저버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장경우 부총장은 『김대중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평민당후보를 단상에 앉혀놓고 「김총재를 중심으로 정권교체 이룩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쳐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
민자당이 평민당의 당원단합대회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당원단합 대회가 단순히 이번 선거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총재의 대권전략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기 때문.
○…평민당은 21일까지 1차대회를 통해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고 경남 울산에서 집회를 가질 계획.
표의 동서현상이 또 두드러지게 나타나 평민당이 압도적인 호남이나 원체 열세인 경북·충청·강원지역은 득표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대신 경인지역과 외지인이 많은 경남의 울산·마산·창원에 기대를 한번 걸어보자는 생각이다.
전국 후보등록비율에서 43대 14%로 민자당에 절대열세인 평민당으로서는 ▲호남완승 ▲서울 반분 ▲영남권 거점마련의 「집중주의」에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지방선거를 대권가도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던 김총재로서는 기초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야권저조 분위기가 몹시 신경쓰이는 것 같다.
김총재는 이같은 예상밖의 저조분위기를 예견하지 못했었다는듯 『동시선거가 실시됐으면 오히려 우리에게 안 좋았을 뻔 했다. 그랬었다면 기초의회는 전혀 손도 대지 못하고 여당에 넘겨줬을 것 아니겠느냐』고 14일 측근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민자당은 선관위 유권해석이 나오는대로 계속 이어질 단합대회에 대한 선거법위반을 문제삼을 생각이고 평민당은 관권개입으로 맞설 작정이어서 선거기간중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박병석·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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