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너무 많이 가르치려 들면 아이들 자신감만 잃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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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물건을 사고 값을 치를 때 "100원짜리 7개니까 700원이지요?"하며 가게 주인에게 건넸고, 집에 있다가 외출할 때에는 "지금 10시네. 우리 30분 있다가 10시 반에 나가자"했고 그 시간이 되었을 땐,"자 우리 나가자. 10시 반이 되었네"했다. 수백 번도 더 했을 이런 상호 작용들이 언제 결실을 볼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이가 어느 날 문방구에 가겠다고 해 돈을 건네며 "여기 500원짜리 하나, 100원짜리 다섯 개"하며 손바닥 위에 놓아주자, 아이는 "할머니 천원이야. 이젠 그렇게 안 해도 돼. 나 다 알아"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지금 2시 25분이다"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돈을 계산할 줄 알게 되고 시간을 정확히 볼 수 있게 되었는가? 서두르거나 다그치는 대신 아이를 믿고, 관찰하고, 경청하며, 인정해 주었더니 어느 날 아이 스스로 피어난 것이다. 우리 어른들 만큼 아이들도 세상이 궁금하고, 알고 싶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많이 가르치려다 아이의 자신감을 잃게 하지 말자.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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