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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회의」 주역 이영희교수(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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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민적 삶」 회복위해 모였다/정치오염에서 지역 지키겠다/정권아닌 생활이해 반영해야
정당개입을 배제하는 지방의회선거법의 엄존에도 불구하고 여야정당이 26일 기초의회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법상 정당이 파고들 수 있는 허점을 최대한 이용,자당의 당적을 가진 후보들을 대거 기초의회에 진출시켜 광역의회선거에 대비하고,나아가 14대총선·차기 대통령선거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빤히 들여다 보인다.
물론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모든 공직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해 권력을 장악하는 것에 정당의 존재의의가 있고 이를 법과 제도가 보장해줘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논리자체는 나무랄데 없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일방지시→맹목복종이 체질화된 중앙지향의 권위주의 정치문화에서 지방선거에 중앙정치가 개입하게되는 것을 염려하는 사람도 대단히 많다.
졸부와 이권업자,지방정치나 행정에는 무관심하고 중앙정계진출만 꿈꾸는 정상배들이 지방의회를 말아먹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중앙의 권력·부패정치가 지역으로까지 증폭되는게 아니냐는 것이 예상가능한 우려.
이같은 걱정속에 사상 최초로 「시민」을 선거후보로 내보내는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인 순수시민들의 정치단체가 지난 4일 발족됐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서울 소공동 대한YMCA연맹 5층 사무실에서 이 모임의 집행책임자격인 이영희교수(48·인하대·법학)를 만났다.
­「연대회의」는 지방의회선거에서 정치꾼이나 졸부·이권세력을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시민사회속에 살면서도 뿌리뽑혀버린 「시민적 삶」을 회복하기 위해 모인 것이 연대회의 입니다.
현재의 정치권이 「지방시민」으로서 국민의 생활적 이해를 반영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로만 후보자를 내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임은 특히 수서사건후 정치를 더이상 기존 정치인의 손에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민적 대안」을 마련키로 해 만들어진 것이죠.
주민의 생활적 요구와 직결된 지방자치·지방정치단계에서 지방시민들이 직접 의원으로 나서 중앙정치의 오염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는 운동입니다.
연대회의의 목적 전체는 아니지만 지방의회선거에서 「순수시민」을 다수 당선시켜 여야를 시민세력의 힘으로 견제하자는 것이 지금의 큰 목표입니다.
­「연대」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지 않습니까. 폴란드 자유노조이름도 연대(Solidarity)이고,동구의 시민포럼 생각도 나고….
▲특별히 그런걸 의식한 건 아닙니다. 시민 사이의 느슨한 연결망(네트워크)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느슨하다는게 풀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직속에서 시민다운 개성과 자발성이 죽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느슨함입니다.
자유노조의 강한 응집력과 시민포럼의 개방성,회의체적 성격이 융합되는게 「연대회의」의 이상적인 조직성격이 되겠지요.
그러나 동구 시민포럼은 지식인 주도 회의체지만 우리의 경우는 범위가 훨씬 넒고 다양한 질의 시민들을 포함합니다.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 지게 됐습니까. 구성원 성격도 좀 알려주시죠.
▲6공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운동단체들이 개별목표를 추구하는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또 지자제 선거실시가 확실시되면서 비정치적 시민단체들도 환경·소비자·쓰레기처리·교육등 주민자치행정에 적극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지방선거 참여문제를 활발히 논의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말 제가 프로그램운영위원으로 있는 크리스천아카데미에서 시민운동단체인사들의 대화모임을 두차례 갖는 가운데 자연스레 시민참여와 주민자치운동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죠.
YMCA·경실련·한살림 모임·공해추방연합회·여성단체협의회·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자연의 친구들·학부모연대모임·농민단체협의회·정농회등 10여개 단체 40여명의 사회활동가들이 처음에 모였었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세미나와 사회원로를 공동대표로 모시는 과정에서 특히 서울대 이각범교수·크리스천 아카데미 강대인씨·「민변」의 박인제변호사·여성단체협의회 이미경 부회장·YMCA 김성수씨·출판인 노종호씨가 헌신적 노력을 해주셨고 서영훈 흥사단공의회장(전 KBS사장)·이세중 전 서울변호사회장·강문규 YMCA총무 등도 수고를 아끼시지 않았습니다.
4일 발족된 3백25명 발기인은 직업적으로는 교수 변호사 중소사업가 교사 의사 과학자 종교인 문화예술인 샐러리맨 주부 등이고 이들은 그동안 환경 소비자 청소년 여성 의료보건 주택 지역경제 교육 문화 예술 매체 시민법률등 구체적인 문제영역에서 실질적 사회활동을 해온 분들입니다.
­구성원의 이념적 성격은 어떻습니까. 또 여성입니까,야성입니까.
▲굳이 낡은 개념으로 말하자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보수­진보의 이념적 잣대 자체를 도그마화한 개념으로 보고 무시하는 편입니다. 다들 책임있는 위치에서 참여개혁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점에서는 보수지만 사람다운 삶을 체제가 보장하지 않을때 개혁에 참여하겠다는 거지요.
다만 권력에 부정하게 관여한 인사는 없어요. 전체적으로 야성향이지만 야당을 두둔하거나 좀 접어두고 비판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노태우 대통령은 「보통사람」이 아니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합당시의 개혁약속을 못 지켰고,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야당단합을 깨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합니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펴나가실 계획입니까.
▲시민들이 정치혐오에서 벗어나 시민주권을 회복하는데 앞장서도록 하는 큰 방향에서 활동이 잡혀질겁니다.
시민후보의 선거활동을 제한하는 반민주·반시민적 지자제선거법개정운동을 펴겠습니다.
공명선거운동은 설사 공정선거가 치러지더라도 후보자체가 시민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오염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대표를 지방선거에 내보내는 운동을 적극 펼 예정이지요.
­어떤 사람을 후보로 낼 것인지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우선 후보가 돼서는 안될 사람이 있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한 사람,의회에 나가면 이권개입 가능성이 큰 사람,중앙정치진출의 징검다리로 지방의회를 보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후보로 찾고 있습니다. 기성정치에 오염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분,주민생활면에서 봉사해온 분,시민생활문제에 기여하는 전문인등 입니다.
13일 후보자등록이 마감되는 기초의회선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상반기중 실시될 광역의회 선거후보는 약 40명 확보해 두었습니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한일협정 반대운동으로 제적됐다가 뒤늦게 복교한 뒤 큰 목소리 내지 않고 꾸준히 시민운동을 전개해 온 이교수는 인터뷰때문에 늦어진 강의를 위해 1호선 시청전철역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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