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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전략 경영에 도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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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장 위임방식 시장경제에 더 필요”/권한·책임분산해야 「자율경영」 가능
철저한 「현장중심」의 전략개념으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부시 미 대통령의 전쟁수행방식을 우리 업계가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작전수행상 기본원칙만을 하달한채 거의 모든 사항을 현지사령관의 결정에 맡긴 부시의 「현장위임방식」이 「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시장경제에서는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될수록 많은 권한과 책임을 하부에 이양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학의 보편화된 이론이지만 가부장적 요소가 강한 우리기업들은 좀처럼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것이다.
심지어 사장이 중간관리자나 말단사원들이 하는 일까지 일일이 간섭해야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몇몇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 지사들의 현지 법인화도 현장우선주의에 근거했다기보다 각종 세금문제나 클레임발생시 본사까지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소장의 지적이다.
또한 대우조선 노사분규에서 공식협상대표를 제쳐둔채 김우중 회장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노조의 행태도 결국 김회장 자신이 그동안 모든 권한과 책임을 거머쥔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것이 서울대 조동성교수의 진단이다.
따라서 국제화와 개방화라는 전면경쟁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의 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한이양에 따른 자율경영이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상원 경제연구소경영 연구실장은 『부시 대통령이 현지사령관에게 권한을 맡길 수 있었던 것은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전제되어 있었다』며 『장시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자율경영의 첫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문실장은 권한이양의 이점으로 고객우선주의로의 사고전환을 제시했는데 『결재과정이 복잡하면 윗사람을 자꾸 염두에 두게 되지만 스스로에게 권한이 주어지면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율경영이 한단계 더 진전되면 이른바 부시식의 경영방식이 가능해진다.
최근 미국등 일부 선진국이 도입추세에 있고 국내에서는 몇개 기업만이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내 회사」제도다.
직급은 부장급이면서도 자기사업내부의 모든 일은 자기책임아래 처리하는 소사장이다.
즉 특정한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회사 중견간부에게 하나의 사업부를 통째로 떠맡기거나 아예 자회사를 차려주는 식이다.
국내기업중에는 (주)선경이 지난 88년에 만든 폴라로이드사업부가 대표적 케이스다. 말이 사업부지 사무실도 별도로 있고 사실상 별개 회사다.
삼성물산도 과장급등 중간관리자들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영업점포를 만들어주고 완전히 독자적으로 운영케하고 있다. 회사는 이윤의 배분원칙만 제시하고 모든걸 「현지사령관」에게 떠맡긴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앞으로 기업의 국제화가 가속될수록 권한의 이양은 필연적인 추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은 사람을 키우고 일을 맡겨보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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