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 유·무 삼성·소니 운명 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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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본과 한국의 제조 분야 대기업을 20여 년간 현미경처럼 들여다 본 고노모토 신고 노무라총합연구소 부사장.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지 여부가 삼성.소니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1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부품.소재 포럼'참석차 방한한 고노모토 신고(此本臣吾.46) 노무라종합연구소 부사장(제조업.정보통신 담당)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은 강력한 리더십 아래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니는 미국인 사장 교체 이후에도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처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고노모토 부사장은 이어 "소니는 1990년대 중반 영화.소프트웨어 같은 콘텐트 중심으로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개발.제조라는 바퀴의 축이 깨져 금세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는 노무라연구소에 입사해 20여년간 도요타.소니 등 일본 대표기업과 한국 주요 대기업을 컨설팅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경제가 완연한 호황 기조인데.

"도요타.마쓰시타 같은 제조업 중심의 '모노츠꾸리(물건 잘 만들기)'정신이 경쟁력 회복의 일등 공신이다. 80년대 후반 엔고로 중국.동남아로 싼 생산기지를 찾아 이전할 때 고부가가치 기술은 일본에 두고 지속적으로 가다듬은 게 주효했다."

-한국 재벌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역사.정서에 맞는 경영 교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글로벌 수준에 오른 곳들이 있지만 안정적인 경영 교대 시스템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마쓰시타는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과의 교대, 혼다는 이공계 출신 후보 가운데 전임 사장이 후계자를 지목하는 시스템 이 있다. 기업 특성에 맞는 경영교대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품.소재 산업에서 일본과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대기업과 부품업체가 상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부품업체에 연구소 직원을 파견해 신차(1,2년 후).선행(5년 후).첨단(10년 후) 세 단계로 나눠 부품을 공동개발하고 적정 이익(영업이익률 5%)을 보장해 준다. 그래서 구매부라는 이름 대신 개발구매부란 용어를 쓴다. 한국처럼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지는 않는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인지.

"미.일 금리차가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적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1달러=115엔'선의 엔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원화 강세는 좀 이상하다. 한국 경제가 호황이 아니고 수출 지표만 좋은데 원화 강세가 지속되는 건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한국 부동산 가격은 버블인가.

"90년대 초 일본 부동산 버블과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은 수출 증가세가 둔화돼 경제의 큰 축이 흔들릴 경우 부동산 값이 급락할 수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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