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약하게 한다|연세대의대 허갑범 교수 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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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골다공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는 특히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로 골다공증에 더욱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내과)팀은 최근 정상 성인남자 34명을 대상으로 골다공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칼슘의 섭취 및 배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음식을 짜게 먹을수록 칼슘의 배설이 많아져 골의 밀도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골다공증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음을 밝혀 냈다. 연구팀은 또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 식사 형태 역시 골다공증을 조기에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골다공증(일명 골조송증)은 인체의 노화에 따라 골의 밀도가 떨어져 뼈가 약해지는 증상으로 노인 인구 등 이 크게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성인병으로 불리는 병이다.
골다공증에 관한 국내의 체계적인 조사는 드문 실정이지만 미국의 경우 전 인구의 약 20%가 이 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수명이 아직 구미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환자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지만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황인종의 골 밀도가 가장 많이 떨어진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참작할 때 국내의 골다공증 환자비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 교수는『짠 음식에 많이 들어 있는 나트륨 성분이 소변 등을 통해 빠져나갈 때 칼슘을 동반하게 돼 있어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칼슘을 충분히 섭취한다 하더라도 체내 칼슘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골다공증과 관련, 단백질의 경우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는 동물성이 전체 단백질 섭취 량의 40∼50%는 돼야 뼈의 밀도를 높일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섭취 단백질 중 동물성이 25%이하인 식사를 하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 허 교수의 연구결과 드러났다.
한편 연구팀의 문수재 교수(연세대·식품영양학)는『젓갈류·김 치류·장류 등 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짠 음식의 대표적인 것들이지만 입맛으로는 짜지 않게 느껴지는 식품 속에 들어 있는 나트륨 성분도 뼈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문 교수는 짜지 않으면서 나트륨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 화학조미료, 베이킹파우더가 첨가된 빵·과자 류 등을 예로 들었다.
허 교수는『골다공증의 조기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짜게 먹지 않는 식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연구결과가 밝혀 주고 있다』며『골다공증 예방법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적절한 운동·충분한 태양광선 쬐기 등을 병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성호르몬의 감소로 골다공증에 취약한 폐경기 이후의 여성들은 뼈의 노화를 늦추기 위해 식사·운동 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허 교수는 말했다.
뼈는 35세를 전후해서 최대의 골 밀도를 유지하므로 20, 30대에 이를 최고 치로 높여 놓는 것도 노후의 골다공증 방지를 위한 장기포석이 될 수 있다.
카톨릭 의대 옥인영 교수(정형외과)는『최근에는 아주 정확히 뼈의 밀도를 측정하는 기기 등 이 개발돼 있으므로 별 이유 없이 심한 요통 등을 느낄 때는 검사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특히 갑상선·부 갑상선 질환, 혹은 난소절제술 등을 받은 사람의 경우 골다공증에 취약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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