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다진 탁구 남녀1인자|월등한 체력에 관록도"물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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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힘(력카)이 기를 눌렀다.
올해 녹색테이블의 챔피언을 가리는 탁구 최강전 남녀단식결승 김택수(대우증권)-유남규(동아생명), 홍차옥-현정화(이상 한국화장품)의 한판승부는 힘에서 앞선 김택수와 홍차옥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강타자」 김택수와 꾀가 많은 유남규의 대결은 김의 월등한 힘이 두드러지게 돋보였던 일전.
김택수는 첫 세트부터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숨돌릴 사이 없는 강력한 전진드라이브를 퍼부어 6-0으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북경아시안게임이후 시야가 넓어진데다 드라이브의 강약조절·코스변화·네트플레이 등 잔기술까지는 김택수는 2세트만 접전 끝에 21-18로 내주었을 뿐 유럽선수를 방불케하는 파워드라이브로 유남규를 압도했다.
윤길중 동아생명코치도 유의 결정적 패인을 체력열세로 분석했다.
그 동안 유남규는 변화가 심한 곡선드라이브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버텨왔으나 최근 김택수가 세기까지 갖추자 유는 힘의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없게됐다.
북경대회 이전까지 유남규는 김택수와의 대결에서 거의 예측이 안 되는 한가지 동작으로 회전과 너클(무회전)의 두가지 서비스를 넣어 김을 현혹시킨 후 짧은 네트플레이로 김의 드라이브를 사전 봉쇄,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엔 김의 서비스리시브가 안정되고 잔기술마저 대등한 수준에 이르자 유로서는 무리한 공격을 펼칠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범실을 자초, 열세를 면치 못했다.
유는 이날도 체력소모가 큰 지구전을 피해 속전속결로 나왔으나 김의 포핸드 파워드라이브와 강력한 백스매싱에 맞서긴 역부족, 지난 1월5일 신년 라이벌전에서의 승리이후 4연속 패배의 수렁에 빠져들며 86년 이후 5년간 지켜오던 정상의 자리를 「명백하게」김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한편 북경대회이후 감기, 몸살 등으로 부진했던 홍차옥도 회복, 남자 못지 않은 백푸시와 강한 직선드라이브로 현정화를 일축, 더 이상 「제2인자」가 아님을 확인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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