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지」서 이라크 약점 알았다/다국적군,어떻게 쉽게 승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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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신불통·사기저하등 간파/허허실실로 작전수정
미 군사전략가들은 이번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이 단 한번 지상공세를 감행했던 카프지전투에서 이라크군의 결정적인 취약점을 감지하고 다국적군의 작전계획을 대폭 수정,전쟁을 승리로 쉽게 이끌 수 있었다고 한 미군 고위장교가 밝혔다.
「사막의 폭풍작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운 이 미해병장교는 익명을 조건으로 다국적군의 지상전 전략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 군사전략가들은 약 1천5백명의 이라크군이 포기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을을 잠시 장악했던 지난 1월30일의 카프지 전투를 통해 다국적군의 지상전 수행에 큰 도움을 준 다음과 같은 이라크군의 3가지의 취약점을 발견했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내에 진주한 이라크 기갑부대들이 사우디 국경 근처에 위치한 부대와 교신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따라서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이라크군이 보병과 기갑부대를 지원하기위해 그들의 강력한 야포를 사용함에 있어 그 기술이 매우 미숙함을 나타냈다. 이같은 점은 다국적군이 지상공세를 펼 경우 이라크군의 막강한 야포앞에 괴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시켜 주었다.
▲이라크 병사들의 마음은 전투에 있지 않았다. 수백명의 이라크군이 투항하고 그밖에 많은 군인이 사살된 카프지전투에서 다국적군은 그들(이라크군)이 생각보다 강인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로 진격해 들어가면 이라크군이 싸우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미군 장교는 말했다.
카프지전투가 끝난 뒤와 지난 1월에 수집된 다른 각종 정보들을 토대로 미군사령부는 걸프해안을 따라 포진한 2개 미해병사단의 주요 공격목표를 바꾸었다고 미군장교는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4시 공세를 개시한 1만8천 병력의 미 제1해병사단은 쿠웨이트의 자베르 공항을 향해 북동진,24시간내에 이 공항을 장악하고 곧바로 쿠웨이트 국제공항을 향해 진격했다. 그곳에서 미해병대는 이라크 기갑부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며 이 전투에서 이라크군 탱크 약 3백10대를 파괴했다. 구형 M­60탱크를 동원한 미해병대는 단 한대도 잃지 않았다.
한편 미 제2해병사단은 24일 오전 5시 제1사단의 북서쪽 지점에서 공세를 시작,쿠웨이트만의 어귀인 전략요충지 알자라시를 향해 진격해 들어갔다.
미 해병대가 이 두 지점을 공격목표로 삼은 것은 카프지 전투를 통해 이 지역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미군 장교는 말했다.
이 장교는 또 쿠웨이트 해안밖에 가설된 이라크의 기뢰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고 말하고 이것이 미해병의 상륙작전 감행여부를 결정하는데 제한적 요소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해병의 상륙작전은 감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해병의 헬리콥터들이 지상전 초기단계에서 쿠웨이트 해안쪽으로 비행,이라크군으로 하여금 상륙작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미해병은 이라크군을 더욱 철저하게 기만하기 위해 한 해군함정에서 상륙작전에 관한 무선 메시지를 계속 내보냈다.
다국적군은 걸프해안을 따라 2개 지점에서 상륙작전을 검토했었다. 그 한곳은 부비얀섬 바로 남쪽의 쿠웨이트 해안이고 다른 한곳은 그보다 약간 북쪽의 이라크 포우반도였다.
그는 미 해병대의 상륙작전이 감행되지 않았다해도 미해병대의 존재는 이라크군을 그들의 해안요새에 묶어두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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