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카오」진출에 난관(특파원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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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야심작 「국제관광공사」설립 “사산위기”/비자발급기능 마카오측서 반대
중국·동남아의 최대관문인 홍콩에 출입이 금지돼 있는 북한이 마카오를 대외창구의 전초기지로 강화하고 있으나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다.
마카오 식민정부인 포르투갈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다 북한의 최대우방인 중국이 마카오의 실제 주인이란 점에서 북한이 활동하기에 마카오는 별다른 불편이 없는 지역이다.
마카오를 통해 홍콩의 전자기기나 컴퓨터가 북한으로 반입되고,심지어 북한의 젊은 여성들이 마카오 시장에서 서울 남대문시장이 공급한 남한제 의류를 불타나게 사가는 광경은 북한의 대외창구로서 마카오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은 마카오에서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수년전 4명의 북한공작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데 이어 KAL기폭파범 김현희가 마카오에서 훈련을 받은것으로 알려져 국제적 비난을 받았으며 관광진흥을 위해 야심적으로 착수했던 조선·마카오 국제관광공사(조오국제 여유유한공사)가 현재 사산위기에 빠져있다.
이회사가 문을 열지않고 있는 것은 여행사기능과 차원을 달리하는 「비자발급기능」을 둘러싸고 북한측과 마카오정청간에 이견을 빚고있기 때문이다.
조오공사의 북한측 관계자는 『마카오에서 우리가 외국관광객에게 직접 비자를 발급할 것이다. 평양에 비자신청서를 낼 필요가 없다』면서 남은 것은 「절차와 시간문제」일뿐이라고 말하고 조만간 정식 개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카오정청은 지난달 9일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오공사는 아직 영사업무허가를 받지 못했으며 따라서 현재 어떠한 성격의 비자도 발급할 수 없다』고 못박고 영사사무처의 설립은 국제관례 및 중앙정부의 승인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조오공사에 비자발급기능이 부여되지 않는한 단순 여행사만으로 문을 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만약 북한이 포르투갈정부와 정식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 회사는 끝내 빛을 보지 못하게될 운명이다.
조오공사의 전도가 불투명해지자 최근들어 마카오의 관계소식통 사이에서는 북한과 마카오 현지합작업체인 향항화임공사(사장 황성화) 사이에도 불화가 생겨 결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홍콩의 최대폭격조직인 「트라이 애드」중간보스로 알려진 황성화가 어떤 경로로 북한의 관광사업 동업자가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고있다. 그러나 지난 10월중순 황은 평양에서 주마카오 북한 명예영사위임장을 받았었다.
황은 마카오에서 북한에 협력하는 대가로 북한과의 무역에 상당한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으로 수출되는 북한산 오징어등 해산물이 보통 국제시세의 20∼30% 수준임을 미뤄볼때 북한에 줄대기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는 것이다.
황은 최근 북한의 연형묵총리가 태국을 방문했을떼 방콕으로 달려가 연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정부가 비자발급기능에 너무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거나 대 마카오 정청에의 지원사격을 호소할 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오공사가 표류하게 된것은 결국 북한의 국제관행에 대한 경시내지 미숙한 대응과 함께 일개 「여행사」에 지나친 역할을 부여한 과욕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마카오=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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