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사회환원 약속 지킨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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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0억원 상당의 음악·녹음 장비를 가져갈 분 없나요?"

세밑에 고가의 녹음스튜디오 시설을 비롯해 신디사이저, 재즈피아노, MIDI 등 100여 점의 악기를 뜻맞는 이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엉뚱한 성직자가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찬양교회의 박상희(59.사진) 목사가 주인공이다.

박 목사는 여러 모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53세의 늦은 나이에 목사 안수를 받은 것도 그렇지만 목회를 하면서도 사회교육기관인 '대중음악대학'과 '가이던스 기독음악아카데미'를 운영해왔다. 그랬던 그가 목회에 전념하기 위해 교육사업을 접고 그간 사용해 온 교육자재를 인수할 이를 찾아나섰다.

"2000년 가이던스를 처음 열 때부터 10년 뒤엔 모든 시설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다짐했어요. 조금 이르지만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는 거죠"

음악과의 인연은 하나님과의 만남보다 일찍 시작됐다. 7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월간지 연예 기자를 지내다 자연스레 작사.작곡에 눈을 떴단다. 재능이 있었는지 제법 알려졌고 그가 노랫말을 쓴 주현미의 '스카이 라운지에서'가 88년 동경가요제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다.

언론인으로, 음악인으로 잘 나가던 박 목사가 하나님을 만난 때는 88년 복음성가를 부르던 장애인 가수 전용대씨를 만나면서였다.

"전씨가 장애인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죠"

91년 예장 총신대를 졸업했고 2001년 목사 안수도 받았다. 그 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통해 기독문화를 전파하는 데 노력하면서 2003년 주찬양교회를 설립해 이끌어 왔다. 그가 가이던스에서 배출한 음악인이 1500여 명이나 된다.

그는 "대중음악대학 홈페이지(www.pmak.co.kr)에서 장비를 확인할 수 있다"며 뜻있는 이들의 연락을 기대했다.(016-201-4336)

"가능하면 한 분이 인수해 청소년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지만 부득이한 경우엔 나눠서라도 필요한 분들이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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