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되어 바친 모교사랑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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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가 40년 만에 만학도의 꿈을 이룬 중견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모교사랑을 실천했다. 1951년 서울대 지질학과에 입학한 고(故) 김종온(사진)씨는 6.25를 겪으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4학년 한 학기를 남기고 군에 입대했다. 그는 57년 제대했지만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 돼 복학하지 않고 곧바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김씨는 철도청 기술연구소를 거쳐 71년 토목 기초공사 부문 중견기업 ㈜특수건설을 창업했다. 마지막 남은 한 학기를 마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던 중 96년 서울대가 개교 50주년을 맞아 학업을 마치지 못한 동문에게 복학 기회를 마련해 주자 이듬해 지구환경과학부에 재입학해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 무렵 모교 발전기금 1억원과 함께 이미 고인이 된 50년대 재학 당시 은사의 이름을 따 '손취무 장학금' 1억원을 기탁했다.

투병 중이던 김씨는 올 9월 사재 5억원을 털어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전달할 의사를 밝혔으나 다음달 숨졌다. 장남 중헌(㈜특수건설 부사장)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12일 서울대에 5억원을 기금으로 내놓았다.

중헌씨는 "아버지께서 모교에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지만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가족이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 돈을 '김종온 장학기금'과 '김종온 학술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대 자연대 이강근 학생부학장은 "'후배들이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김종온 회장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기금"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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