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제 특수대 신설」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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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찬성>|기술우대 경향에 부합
최재곤<경북 김천시 평학1동>
여태까지는 대기업체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 4년제 대졸생만을 선호해 서류전형으로 서울의 일류대학 졸업자 위주로 채용해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전문대 출신의 취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4년제 대졸자중 8명이 지난해 전문대에 재입학했고 올해도 7명이 재입학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전문대 출신도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에 의하면 4년제 대졸자의 취업률이 62.7%에 불과한데 비해 전문대졸자는 82.9%로 높은데 기업체들이 산업현장에서 곧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전문대졸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제 특수대학을 설립한다면 이것은 더욱 전문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 믿는다.

<재수생 문제에도 도움>
석금덕<경남 울산군 범서면 굴화리>
흔히「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 풍토는 이런 말들을 비웃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가 신문을 보더라도 코딱지 만하게 난 모 회사들의 구인광고란에도 거의가 대졸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 대학에 가고 싶지가 않고, 성적이 부진하면서도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문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전문대학이 많이 있지만 최근에 신설돼 기술인력이 극히 적은 전공분야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전공분야는 특수대를 신설해 교육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날로 심각해져가는 재수생문제, 그로 인해 점점 높아만가는 4년제 대학들의 경쟁률을 보더라도 특수대의 신설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최근 정부가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들로 국민들의 원망을 사고 있는데, 이같은 특수대의 설립문제는 신중히 계획하여 과감하게 실시한다면 국민들에게 어렵지 않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명확한 역할분담 필요
임철민<부산시 금정구 구서 1동>
2,3년제 특수대학 신설은 단기적으로는 입시지옥이라 불릴만큼 치열한 대입경쟁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때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른 학력우선주의가 오히려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먼저 전문고급인력의 확보라는 목적으로 설립한다는 특수대에 4년제 대학과 동일한 학사자격을 부여한다는 방안부터가 학력위주의 사회풍토를 더욱 구조화시킬 수 있는 발상이다. 설혹 특수대신설이 현실화된다하더라도 4년제 대학과는 명확한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4년제 대학은 학문인력을 배출하고, 특수대는 각 직종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그렇다면 특수대와 설립취지가 비슷한 전문대의 자리매김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오늘날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폐인 입시지옥은 근본적으로 학력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풍조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당국은 시의에 따라 미봉책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풍조를 타파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각 분야의 자격증이 학위증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때 비로소 입시지옥은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대학교육 질 저하 우려
주미정<대구시 중구 남산1동>
2,3년제 특수대학을 신설하여 4년제 대학과 동일한 학사자격을 부여해 줄것을 검토중이라는데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된다고 본다.
2,3년제 특수대학을 신설하기보다 기존의 대학에서 전문인력양성을 위한 부설연구소나 기관을 설치했으면 한다.
현 상황에서는 교수인력·수용설비도 부족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대학교육의 질적저하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아무런 대책없이 실시한 졸업정원제도 온갖 부작용만 낳은채 폐지되지 않았는가.
교원대학이 생길때 어떠했는가. 전문적인 교원양성이라는 좋은 뜻으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실업자 양성소만 만든 꼴이 되였다. 그런 결과를 낳은 까닭은 기존 사범대의 교사적체도 해결하지 않고 특수대학만 설립했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의 대학도 취업난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그런데 2,3년제 특수대학을 신설한다면 취업이 보장되고 여러 가지 특혜가 주어지므로 특수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기존의 대학 취업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2,3년제 특수대학을 신설하여 문제만 야기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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