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휴의 생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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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나라의 박사 공의휴가 재상이 되었다. 그는 평소 생선을 무척 좋아했다. 한 나라의 제후가 그에게 생선을 선물로 바쳤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공의휴의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생선을 좋아하시는데 왜 받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공의휴가 대답했다. 『바로 내가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다. 생선을 받고 재상자리에서 쫓겨나면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생선일지라도 내 스스로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선을 받지 않으면 재상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을 것이니 오래도록 생선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회남자의 『도응훈』에 나오는 얘기다.
공의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며,또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인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었다.
율곡의 『동호문답』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관리들의 주구의 폐단이란 무엇인가. 권력있는 간사한 무리들이 질서를 어지럽힌 뒤 아래 위가 모두 뇌물을 일삼아 벼슬도 뇌물이 아니면 승진되지 못하고,쟁송도 뇌물이 아니면 판결나지 않으며,죄인도 뇌물이 아니면 방면되지 못하며,백관들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만 하고,관리들은 법률의 조문을 농간하기에 이르러 옥송의 중대한 사건도 교활한 관리의 손에 맡겨져 그 뇌물의 많고 적음을 보아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었으니 이는 진실로 정치를 어지럽히고 나라를 쇠망하게 하는 고질병이다.』
한달 가까이 온 나라를 벌컥 뒤집어 놓았던 수서사건은 결국 교활한 관리들이 법률조문을 농간하고 사욕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이 막대한 뇌물을 받은것으로 밝혀졌다.
뇌물은 대부분 주고 받을때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되게 마련이다.
이번 경우만 해도 관련 국회의원이나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3천여명이나 되는 주택조합원들의 민원을 해결해준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 민원뒤에는 더 많은 민원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눈감고 있었던 것이다. 뇌물때문이다.
그래서 뇌물은 바위로 깨뜨린다고 한다.
그러나 뇌물은 바위를 깨뜨리는 위력못지 않게 자신을 망치게 하고 나라를 허물어뜨리는 힘을 지녔다.
오죽하면 『뇌물로 얻은 충성은 뇌물로 정복할 수 있다』고 세네카가 말했겠는가. 더도 덜도 말고 최소한 공의휴정도의 양식이 아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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