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인사 … 대선 관리 공정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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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행자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1일 국회에서 열렸다. 박 후보자는 행자부 출신답게 정책 질의에는 정확하고 확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행적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여당은 물론 야당 후보에 지원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진땀을 흘렸다.

◆ 대선 공정관리 가능한가=야당 의원들은 이번 장관 지명이 5.31 지방선거에서 경북 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경력을 염두에 둔 보은 인사라며 몰아붙였다. "낙선해도 장관을 시켜주겠다는 내락을 받았느냐"는 추궁도 많았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자질과 능력은 뛰어나지만 지난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장관에 내정됐을까 하는 것이 공직사회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의원은 "낙선 후에도 청와대 중심의 영남포럼 멤버로 활동한 것으로 안다"며 "정치적 성향도 짙고 출마까지 했는데 선거 주무 장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 선거에서 포항시장 한나라당 후보에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은 "한나라당의 요청을 거절 못해 이력서를 보낸 게 전부인가, 아니면 본인이 한나라당 의원도 만나고 고심도 한 것인가"하고 따졌다.

박 후보자는 "주변 권유 때문에 팩스로 이력서를 넣었다가 다음날 바로 철회했다"며 "여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선거 지원 주무 장관 역할을 공정히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답했다.

◆ 말 바꾸기 논란=박 후보자가 지은 책과 논문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박 후보자가 자신의 저서 '연어는 손짓하지 않아도 돌아온다'에서 고구려와 백제를 깎아내리고 신라정신 계승을 주장한 점을 지적하며 "지역 차별, 호남 홀대 정책을 펼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또 박 후보자가 작은 정부에 대한 소신을 접었다고 질책했다. 박 후보자는 2000년 연세대에 제출한 석사논문 '미래지향적 정부조직의 합리적 개편에 대한 연구'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정부조직 슬림화, 작고 강한 정부 지향의 필요성 등 논문에서 주장한 소신은 변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는 외환위기 상황으로 규모에 집착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답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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