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극우의 광기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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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11일 "교과서 포럼이 내놓은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 시안은 일본의 극우 지식집단인 새역모(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가 강변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한국적 변형"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2006년 한 해를 보내며 드리는 글'에서 ▶교과서포럼 사건▶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 세 가지를 올해 대한민국 지성과 언론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이 실장의 글 요지.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보수를 가장한 극우 세력의 정파적 책략에 의해 우리 역사가 일본의 주변부 역사로 뒤집히고, 피로 얼룩진 민주화 역사가 짓밟히는데도 대다수 지성과 언론이 침묵 내지 방관하고 있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철회는 우리 의회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반대와 찬성마저 거부한 채 물리력으로 의회민주주의의 요체인 표결 절차마저 봉쇄했다.

또 끝내 굴복하고 만 참여정부는 스스로 민주주의의 조종을 친 종지기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명백한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언론과 지성의 침묵과 외면이다. 전 전 재판관에게 덧씌운 허위의 거품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도 1900년대 초 프랑스를 휩쓸던 극우의 광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우리 민주주의의 후진성과 아직도 잔존하는 일부 언론계의 깊은 내상(內傷)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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