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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회장은 누구인가/권력층과 밀착한 「땅의 귀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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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여년 세무서원… 뒤늦게 창업/실력자 재산증식 떠맡아 신임/은밀한 접촉은 종로 개인사무실서
수서지구 택지특혜공급 사건은 52세의 젊지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단시일내에 재벌의 성을 구축하려던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68)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짧은기간에 재벌의 모양새를 갖춰나가다 보니 권력층과의 로비·밀착·특혜소문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한보그룹에 비치된 이력서를 보면 그는 80년 한양대학교 산업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러나 사석에서 자신이 정식으로 졸업한 학교는 진주의 모국민학교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51년 국세청에 들어가 본청과 강릉세무서 등에서 원천징수업무 등을 주로 맡았다.
그후 74년 한보상사를 설립,사업을 시작했다.
「사업가로서 대성할 것」이라는 어느 관상가의 점괘가 변신을 서두르게 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는 점술·사주·관상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29일 한보철강 아산만공장 기공식에는 이모스님이 정회장 곁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창 바쁜 연말에 서둘러 기공식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참석자들의 불만에 회사 간부들은 『스님이 길일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한보그룹 고위 간부들의 이력서에는 생년월일뿐 아니라 태어난 시까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수 회장은 국세청 시절부터 통이 큰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동료들과 심심풀이 화투를 칠때도 큰돈 내기를 즐겨했고 79년 은마아파트를 지을때 재벌급 건설업체도 상상을 못했던 4천4백24가구의 대단위 단지건설에 착수했다.
배짱에 운도 겹쳐 한보그룹은 성장을 거듭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땅에 관한한 귀재다. 이 때문에 일부 권력층은 그에게 재산 증식 및 관리를 맡겼고 이 과정에서 「실력자」들과의 밀착이 더욱 깊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임원회의 도중에도 그는 특별한 곳에서 오는 전화를 받으면 참석자들을 전부 내보내고 장시간 통화를 나누곤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사업상 꼭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사귀어놓는다는 것이다.
윤승식 전광업진흥공사 사장이 구속됐을때 정회장이 2천5백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한보그룹 사무실과는 별도로 서울 종로1가 대광빌딩에 있는 개인 사무실은 사채조달과 함께 은밀히 만나야할 사람들과의 회합장소로 이용됐다는 것.
반면에 그는 회사운영에는 인색하리만치 철저했다.
10만원 단위의 자금결제까지 본인이 직접 챙겼고 해외출장중에는 자금운용한도를 정해놓고 그 범위내에서만 쓰도록 했다.
그는 하키협회장등 몇가지 직책을 갖고 있으나 외부에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불우한 과거탓인지 현재의 위치를 과시하는 일면도 없지 않다.
86년 약사출신 부인 이영자씨와의 결혼식을 효성에서 인수한 한인골프장(현재 태광골프장)에서 성대히 거행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전직 국무총리·장관들이 다수 참석,그의 주변을 싸고있는 두터운 배경을 과시했다.
정회장은 이후에도 그룹행사나 주주총회 등에 부인 이씨를 대동,부부동반에 익숙지 않은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한보그룹은 그러나 정회장의 장담과는 달리 85년 16개 계열기업을 거느린 것을 고비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요르단등 해외건설공사에서 손해를 본데다 방만하게 인수한 기업들이 좀처럼 흑자로 돌아서지 않았다.
게다가 자연녹지를 용도변경,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뒷편에 지은 미도아파트가 5공비리와 염보현 전서울시장 구속사건에 연루될뻔한 사안이 발생했다.
이후 정회장은 골프장·화신백화점 등을 매각하고 계열사를 주택·철강·탄광·학원 등 4개사로 대폭 통폐합했으나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아직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회장은 그룹의 주력기업을 주택에서 철강으로 바꿔 1조2천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만에 철강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정회장은 종근(37) 원근(29) 보근(28) 한근(26)씨 등 4명의 아들이 있으나 3남 보근씨를 부회장으로 지명,그룹 일을 돕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보의 철강공장 건설계획에 대해 업계에서는 별로 믿기지않는 표정이다. 우선 엄청난 재원을 한보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아산만공장 건설이 부산 사하구의 10만평 금싸라기공장 부지를 아파트용지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정회장이 김한석씨등 창업시대 사장들을 내보내고 강병수씨 등 서울시 공무원 출신을 새로이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한종범기자>
◇한보계열사 내용(단위=억원)
구분 한보주택 한보철강 한보탄광
매출 88년 327 406 176
89 382 2,257 217
순익 88 ­74 ­228 ­22
89 ­158 9 ­42
총자산 88 2,333 2,237 603
89 1,981 2,279 666
총부채 88 2,384 1,697 475
89 2,042 1,731 563
자기 88 ­50 541 128
자본 89 ­61 548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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