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세 마녀' 심술 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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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시장이 눈치만 보고 있다. 적극적인 '사자'도 '팔자'도 없다. 올해 마지막 트리플 위칭데이(Triple Witching Day.세 마녀의 날)인 14일,목요일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트리플 위칭데이란 파생시장의 지수선물.지수옵션.개별옵션이라는 세 마녀의 만기가 겹쳐 현물 시장을 어지럽히는 날이다. 올해 마지막 트리플 위칭데이를 앞두고 더 숨을 죽이고 이유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사 놓은 현물(주식)이 사상 최고치인 4조3000억원대나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물량이 '팔자'로 쏟아져 나오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크다.

11일 코스피시장의 거래량은 2억 900만 주에 그쳤다. 전 거래일인 8일(2억2200만주)에 비해 거래량이 1300만 주나 줄었다. 코스피지수도 거의 변동이 없었다. 0.3포인트 오른 1390.73에 장을 마쳤다.

?쌓이는 프로그램 매물=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 사 둔 현물은 올 7월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다. 8월 말에 2조2000억원어치를 넘었고, 8일에는 4조3524억원어치나 쌓였다.

컴퓨터가 현물을 계속 사들인 이유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이 선물을 많이 찾으면서 선물이 비싸지고 현물이 싸졌기 때문이다.

선물의 만기는 3.6.9.12월의 둘째 목요일이다. 하지만 올 들어 투자자들은 만기가 돼도 선물을 청산(샀던 것을 팔거나, 팔았던 것을 사서 균형을 맞추는 매매)하지 않고 계속 이월시켰다. 당연히 현물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들인 현물은 언젠가는 되팔아야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선물을 청산할 때 현물도 되팔아 균형을 맞추게끔 돼 있다.

?매물 나올까…전망 엇갈려=문제는 14일에 컴퓨터가 쌓인 현물을 시장에 쏟아낼지 여부다.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면 선물을 청산하면서 현물을 쏟아내게 된다. 반대로 향후 전망이 밝으면 선물을 청산하지 않아 현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물이 대규모로 쏟아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전망이 좋은데다, 한국 증시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을 때를 봐도 주가 하락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03년 말에도 1조6000억원 정도의 프로그램 매물이 나왔지만 두 달여 만에 주가는 오히려 6.8%나 올랐다.

여기에 주식 현물을 연말까지 갖고 있으면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물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프로그램 매매를 주로 하는 사모펀드에 대해 0.3%의 거래세가 붙기 때문에 올 연말에 일정 정도의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금액은 만기 청산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규모를 7000억~1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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