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체니·파월 전장에 왜 가나(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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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황파악… 지상전 당길 가능성/대 이라크 공개경고로도 해석/확전조짐엔 곳곳서 비판여론
부시대통령은 5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현지로부터 직접적인 전황을 파악키위해 금주중 체니국방장관과 파월합참의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두사람이 현지 지휘관들과 지상군투입 필요성 여부와 그 시기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지상전에 대한 그의 결단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주간의 전황에 대해 『계획했던대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 정도의 위협으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공중폭격만으로 사담이 물러날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라며 다음 단계의 조치가 불가피함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을 중심으로한 일부의원들이 조급한 지상군 동원을 반대하며 6월까지 공중폭격에 의존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군사작전은 전적으로 현지사령관에 일임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연기론에 회의를 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쟁을 결코 제2의 월남전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체니국방장관과 파월합참의장을 현지로 보내는 것은 미 국민들에게 지상전에 대비한 마음의 각오를 준비시키는 조치로 보고있다.
즉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말까지만해도 조기에 지상군을 동원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의 필요에 의해 결심할 문제』라며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한 공습을 할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그러나 아랍동맹국들의 국내 여론 변화등 전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됨으로써 일단 이 두사람을 보내 전황이 달라졌음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함 미주리호가 함포사격을 개시한 점이나 미해병대가 상륙전 준비를 마친점등은 미국이 조기에 지상전을 시작하겠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매일 현지사령관으로부터 전황을 보고 받으면서 구태여 이 두사람을 또 보내는 것은 이라크에 대한 의식적인 경고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상전을 한다면 지난번 공습시작과 같이 전격적으로 시작해야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텐데 이를 공개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따로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미국은 이라크에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것이며 그내용은 『이라크의 궤멸이 코앞에 다가왔으니 최종 결심을 내리라』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미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라크의 파멸을 피하기위해 이라크군은 사담 후세인을 타도할 것을 부시는 이번 조치를 통해 촉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군사력의 궤멸내지 사담 후세인의 축출등으로 걸프전쟁의 목표를 확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대해 미국밖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초 미국은 걸프전쟁의 목표를 「쿠웨이트 해방」으로 표명했으나 지상전 개전논의가 진행되면서 전쟁목표 확대조짐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영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필립 미첼 박사같은 사람은 전쟁목표 확대가 가져올 재앙중 우선 정치적 결과를 경고한다.
다국적군에 가담중인 시리아·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가 이탈 또는 동요하거나,소련의 지원이 약화될지 모르며,적극 참여중인 영국과 미온적인 독·불 반목으로 유럽공동체(EC)가 분열될 가능성등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결사항전할 이라크를 제압하려면 다국적군은 지상군의 규모를 적어도 두배정도로 늘려야 하고 사상자도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부시로부터 전쟁수행권한을 일임받고 있는 슈워츠코프 현지사령관은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상자가 문제』라며 쉽게 지상전을 결심치 못하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어떤쪽의 분석이 됐든 내주 중반이후에는 부시의 결심이 피력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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