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객원의학전문기자의우리집주치의] 언제까지 정력 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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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이털 섹슈얼 여성이란 건강한 성생활을 중요시하며 적극적으로 즐겨야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로 놀랍게도 한국이 조사 대상 여성의 66%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연구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재정적 후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비율임에 분명합니다. 프랑스 40%, 독일 36%, 영국 3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되는 비율입니다.

그러나 바이털 섹슈얼 남성의 경우 한국은 전체 남성의 26%밖에 되지 않았으며, 이는 아시아 남성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비율입니다. 성에 관한 한 한국 사회가 가부장적 유교주의에서 벗어나 남녀의 지위와 역할이 확연히 역전됐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성적으로 당당해진 여성 앞에 초라하게 고개 숙인 남성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한국 남성들이 저열한 성의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성에 관한 한 한국 남성의 주된 관심은 '성기의 크기, 발기의 강직도, 사정까지의 시간'입니다. 성기가 크고 발기가 단단하며 사정까지의 시간이 길면 어떤 여성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를 위해 정력에 좋다면 굼벵이라도 잡아먹는 변강쇠 콤플렉스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러나 현대 성의학은 여성의 성감이 보다 정서적이며 은유적이란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남성은 눈으로 사랑하지만 여성은 귀로 사랑한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발기부전과 조루는 몇 가지 약물로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성감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단단하게 발기된 남성의 성기는 단지 성교통(性交痛)을 일으키는 흉기에 불과합니다.

최근 국제적 금융인인 조지 소로스의 애인이 한국 여성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해외 유명인은 정치인과 영화배우, 왕족과 재벌 등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남성과 해외 유명 여성이 커플로 맺어진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성에 관한 한 한국 남성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섹스는 결코 '삽입부터 사정까지'가 전부가 아닙니다. 먼저 여성의 입술에 주목하십시오. 로맨틱한 키스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남성은 결코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홍혜걸 객원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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