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쇄신의 물꼬 트길/「제2 창당」선언한 민주당의 역할(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일에 이루어진 민주당과 민주연합의 통합전당대회는 우리 정치가 지금처한 궁색한 처지나 기존 정치구도에 좌절감을 강하게 느껴온 국민들에게 한가닥 숨통을 터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는 정치권의 잠재적 대변혁 요인을 안고 있는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제2의 야당이 해야 할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새로 재편된 이 정치세력이 과연 그여건을 활용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맡을 수 있느냐를 우리는 관심있게 지켜 보고자 한다.
세대교체 및 새 정치구현등 6대목표를 내건 새모습의 민주당이 현재로서는 재야일각의 한 집단과 연대했다는 이상의 다른 특별한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은 찾아 보기 힘들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이지만 이번 통합대회는 「제2창당」이라는 스스로의 선언에 걸맞는 노선상 또는 정강정책상 수정이나 새 기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여타 정당들과 현저하게 다른 당체제 또는 운영상의 궤도수정이 있었거나 앞으로 있을듯한 조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통합은 기존 민주당세력과 민주연합파의 편의적 합작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소지도 다분히 있다. 그래서 8인8색이라는 기존 민주당의 고질적 분열증이 한층 격화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보수적인 기존세력에 진보적 성향이 강한 민연파의 가세는 노선 및 정책상의 조정을 숙제로 남기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번 통합으로도 호남이외의 야세대표성 확보를 노려온 기존 위상을 타파하지 못했다는 취약점을 그대로 안고 출범했다.
거여에 맞서서 야권통합을 목표로 협상에 참여했던 평민·민주당과 재야세력이 결국 야권의 전국적 대표성을 놓고 평민·민주당 두 갈래의 큰 흐름으로 고착된 것으로 일단 매듭지어진데 대해 냉소적 견해도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야권의 제도권 대거 진입은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이 시대의 소명인 정치권의 물갈이론과 새정치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당이 이런 내외의 갈등요인과 취약요소를 인식하고 정치권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민주당의 두 이질적 세력은 하루빨리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사람중심의 기성정치권과는 다른 정책·노선중심의 새로운 정당상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둘째,민주당은 노선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현재 표방중인 진보적 보수주의가 민자·평민당의 개혁적 보수주의나 중도보수론과 어떻게 다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세대교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당내 민주주의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제시되고 시행돼야 한다. 민주당이 민자·평민당의 하향식 정당운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물갈이론을 내세우는 당목표자체가 이율배반에 빠지고 만다.
우리는 민주당이 제2창당의 선언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실천함으로써 야권대통합의 길을 닦게 되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