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경비체게 허술 도난위험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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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뉴욕타임스서 지적
걸프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측과 함께 최악의 경우 핵무기 사용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과연 전세계에 산재된 핵무기가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느냐 하는데 대한 의문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지난 89년 중국 천안문사태당시 중국군끼리 대치하면서 핵무기의 장악을 놓고 다툰 일, 또 같은해 소련에서 민족분규로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회교도들이 핵무기 저장고를 습격한 사례를 소개하며 핵무기가 예상외로 허술하게 보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의 소리는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을 이용, 서방 혹은 소련 등의 핵무기를 탈취할수도 있다는 가정 때문에 최근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60년대 미국의 핵무기가 서독 등에 집중배치 될 때 핵무기 저장고의 경비를 한때 소총 한자루를 쥔 18세의 사병에게 맡겼다는 사실은 유명한 얘기로 남아있다.
현재 핵무기보유는 소련 3만기, 미국 2만기, 프랑스 6백기, 영국 3백기, 중국 3백기, 이스라엘 1백기 등으로 밝혀져 있고 이외에도 남아공·인도·파키스탄 등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국가중 핵무기 경비체계를 가장 잘 갖춘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경우 62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로 이른바 팔(PAL)이라 불리는 원격조정전자 자물쇠 장치를 고안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도 경비체계가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지난 80년대 중반 미국의 한 핵무기 조립기지에서 모의 핵무기방호·경비실험을 해본 결과 불과 l6분만에 가상의 침입자들에게 플루토늄을 탈취당한 것이다.
모의실험결과 이렇듯 불충분한 경비체계가 발견되자 미국의 에너지부는 즉각 중앙에너지훈련학교를 개설, 매년 약 3천8백명의 핵관리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미국이 이같이 매번 시행착오를 거쳐 핵무기 경비체계의 개선을 거듭하려는 노력과는 달리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인 소련의 경우 과학적인 경비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소련의 경우 각 공화국에 배치된 핵무기 경비를 순수 러시아인 병사에게만 맡기고 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정도의 방식을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최근 각 공화국에서 민족분규가 끊이지 않자 각 공화국에 배치된 핵무기를 아예 모스크바로 모두 이동시켰다는 정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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