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명품' 박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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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강국인 일본의 언론들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3관왕에 오른 박태환(17.경기고) 선수를 평가한 내용이다.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200, 400, 1500m를 석권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3관왕 최윤희 이후 24년 만에 나온 3관왕이고, 남자로는 처음이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은 70년 방콕, 74년 테헤란 대회 각각 2관왕이었다.

박태환이 8일(한국시간) 1500m에서 기록한 14분55초03은 아시아 최초로 15분 벽을 깬 것은 물론 올 시즌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기록(1위는 14분 51초93)이다.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고 있는 박태환의 종목이 자유형이라는 데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가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으나 이후에는 아시아를 통틀어 없다. 중국이나 일본 선수들의 금메달은 모두 평영이나 배영이었다.

수영 자유형은 육상 100m, 복싱 헤비급과 함께 초강대국의 상징이다. 파워와 순발력.스피드를 모두 겸비해야 한다. 미국.호주.독일 선수들의 독무대일 뿐이다. 물론 중국과 일본도 넘보지 못한다. 그 '성역(聖域)'에 한국의 17세 고교생 박태환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1m81cm.73㎏의 박태환은 하체가 긴 서구형 체형이다. 이전 한국 수영선수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랜트 헤켓.이언 소프(이상 호주), 마이클 펠프스(미국)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모두 키가 2m에 가까운 거구들이다. 상대적으로 체격은 열세지만 그만의 장점으로 보완하고 있다. 박태환은 1500m에서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뒤 40분 만에 혼계영 400m에 출전했다. 그래도 가장 빨랐다. 노민상 경영 총감독은 "최대 심장 박동수와 회복 속도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루 1만5000m의 훈련량을 묵묵히 소화하는 '연습벌레'다.

박태환은 자세가 바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허리 축이 레인과 평행하게 '1'자를 유지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쓴다. 호흡과 영법이 부드럽고 좌우 근육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이다. 약점은 몸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출발한 뒤 물속에서 돌핀킥으로 최대한 많이 나가야 하는데 박태환은 금방 물 밖으로 나온다. 이는 체중을 불리고 근육을 더 키우면 보완할 수 있다. 아직 박태환은 17세다. 키도 여전히 조금씩 크고 있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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