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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남북문제에도 목소리 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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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앞으로는 사회 전반의 문제가 교회의 이슈가 돼야 합니다. 우리 교회도 빈부 격차나 남북문제, 생태계 보전 등에 적극 발언할 것입니다."

2009년부터 설립자인 조용기 당회장의 뒤를 이어 세계 최대 단일 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이끌 이영훈(52.사진) 담임목사서리는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교회 운영방향을 밝혔다. 12일 임시 당회에서 조 목사의 후계자로 선출된 후 처음 마련된 언론과의 만남에서다.

이 목사는 이날 조 목사의 큰 그늘을 의식한 듯 시종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조 목사께서 이미 운영방향을 개인 구원에서 사회 구원으로 바꾼 만큼 이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했다. 이어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설거지를 잘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예의 '설거지론'을 꺼내며 서리로 있을 2년 동안 조 목사의 그림자로 열심히 심부름을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 목사는 조 목사가 한국 기독교 초기의 성령운동을 부활한 것은 물론 통성기도(각자 소리를 내어 다같이 하는 기도), 박수 치며 찬송하기 등의 영적 체험 방식으로 한국 개신교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자신의 임무는 그 정체성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의 물량주의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서도 "미국교회도 초기엔 급성장하는 등 교회사를 보면 어느 나라든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때가 있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교회가 궤도에 오르면 질적 성장과 사회 기여를 꾀하는 때가 오므로 그런 비판은 성급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목사는 4대째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장로교. 감리교 등 현역 목사로 활동 중인 친.인척만도 15명에 이를 정도다. 그는 이야기가 친족간에도 다른 교파(敎派)에 이르자 "교파는 지역이나 문화를 배경으로 생성되는 것인 만큼 한국에선 교파가 큰 의미가 없는데 미국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전하는 바람에 수많은 교파가 활동하게 됐다"며 "한국처럼 교회일치 운동에 적합한 곳은 없다"며 교계의 앞날을 낙관했다.

지난달 30일 귀국, 일요일 4부 예배에서 설교를 시작한 그는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룬다"(로마서 8장 28절)는 성경 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절망적 상황조차도 긍정적 시각으로 보며, 희망이 가장 중요한 주제라는 믿음 때문이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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