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형평성,국회도 예외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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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원의 「뇌물외유」사건과 음대 입시부정사건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터짐으로써 법집행의 형평성 문제를 한눈에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경우가 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음대입시 부정사건에 대한 수사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비해 국회의원들의 「뇌물외유」사건에 대한 수사는 그 대상이 3명의 의원에 국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법적 처리마저 정치권이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동안 축소의 분위기가 농후한 형편이다.
과연 이래도 좋은가. 이러고서도 들끓어 오른 국민감정을 가라앉히고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 척결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위기감마저 느낀다. 국회의원 뇌물사건에 대한 처리가 미지근하고 편법적으로 흐를 경우 국회만이 아니라 법집행권을 가진 행정부마저 함께 불신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꼴이 된다.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극히 단순하고 명료하다 할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원이건 음대교수이건 범법사실이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고 거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의 뇌물외유와 입시에서의 부정이 뿌리뽑혀져 국회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입시가 공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하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음대입시수사에 관한 한은 고구마줄기 캐듯 연일 계속해서 부정을 밝혀내고 있는데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만은 3명에 대한 수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고 구속동의안 조차 선뜻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음대입시 부정사건은 제보가 있기 때문이고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에 대해서는 3명에 대한 것 외에는 제보나 문제삼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그 「축소」의 이유인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문제가 된 3명의 변명에서도 암시되었듯이 「뇌물외유」는 특정 국회의원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며 이미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삼은 국회의원수만도 20여명에 달하지 않는가.
또 당국은 국회의원들의 무더기 외유가 사회의 물의를 빚자 그 직후부터 이에 따른 비리를 은밀히 내사해온 것으로 알려졌지 않은가. 그렇다면 범법사실이 있으면 있는대로,없으면 없는대로 모든 사실을 분명히 석명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야 적법외유를 한 국회의원의 명예도 보호될 것이 아닌가.
이러고서야 음대입시 부정사건의 확대수사인들 계속할 수 있겠는가. 외유 국회의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사회에 몰고올 충격이 클 것을 우려하는지 모르나 따지고 보면 음대입시 부정사건으로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가져오는 충격도 그에 못지 않다.
그렇다면 두 사건 모두를 적당한 선에서 덮어두어야 하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사회는 법도 정의도 없는 무법천지가 되는 더 엄청난 문제가 빚어질 것이다.
우리는 국회와 당국의 뇌물외유사건 처리와 음대입시 부정사건 처리를 저울질하며 바라볼 것이다. 법의 형평성은 사회정의의 출발점이며 그것이 무너지면 이 사회의 존립자체가 위험스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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